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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작가소개

조재 / 2022년 20회

조재
jojae.studio@gmail.com

2022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박사과정 재학

2016    영국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 회화과 석사 졸업

2014    성균관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 학사 졸업



개인전

2023    누락 번역, 금호미술관, 서울

2021    Meeting Point, G 갤러리, 서울

2020    둔감제, 인터아트채널, 서울

2018    5분 쉬고, 30초씩, 공간 413, 서울

 

주요 그룹전

2022    Phygital Reality, G 갤러리, 서울

2018    Radical Residency ll, Unit 1 Gallery, 런던

2017    GEEKY LAND, K현대미술관, 서울

2016    Young Talent Contemporary Prize, Ingram Collection, Cello Factory, 런던

2015    'I am looking for someone', Old Police Station Cells, 런던


 

레지던시

2018    Radical Residency ll, Unit 1 Gallery, 런던, 영국


 

수상

2022    20회 금호영아티스트 작가 선정, 금호미술관

2016    Young Talent Contemporary Prize, Ingram Collection, 영국 

[전시 설명]
누락 번역 Melting Things

작가 조재는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의 모방적인 관계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동시대의 지배적인 감각을 탐구한다. 우리 사회에 범람하는 이미지가 인간에 의해 확산, 소멸, 재생산되는 과정을 '이미지 펌프질'이라고 이름 붙인 작가는 특히 재난에 대한 이미지가 '펌핑'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이번 개인전 《누락 번역 Melting Things》에서는 실제 사태와 무관하게 재난 이미지가 이용되는 사회 현상을 바탕으로, 부풀려진 이미지에 대한 심상을 전달하고 재난의 현실을 환기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놓인 투명 풍선은 재난의 이미지가 디지털 세계로 옮겨지며 벡터화된 결과를 보여주는데, 원본의 정보가 일부 누락되면서 고르지 못하게 나타나 있다. 원본을 알아보기 힘들게 펌핑된 이미지는 평면에만 머무르지 않고 물성을 가진 조각으로 구현되어 벡터화된 재난 이미지에 대한 실제적인 감각을 전달한다. 재난 이미지에 새로운 관념이 덧붙여져 왜곡, 미화되는 과정을 재현함으로써, 작가는 이미지 포화 시대의 재난과 참사에 대한 집단 기억과 진실이라고 받아들여지는 것의 본질을 드러낸다.


[작가-비평가 매칭 프로그램]
시와 벡터
- 이민주


멈춰버린 장면들에서 출발한다. 점점 가속화하는 사회, 끊임없이 번식하는 이미지. 조재는 앞선 생태에서 한 장소와 시간에 머물고 있는 사건을 이미지로써 불러온다. 세월호 참사부터 이태원 사고, 러-우크라이나 전쟁 등등. 상실한 것들에 아직 정당한 이름이 부여되지 않은 실정에 당대 미디어가 사건을 소비하는 방식을 관찰한다. 디지털 이미지의 존재론적 성질을 분석하면서, 멈춤 없이 현재화 되는 이미지가 그 시간에 붙들린 사건을 어떻게 나르고 충돌시키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말하자면 조재는 이미지를 하나의 텍스트로 상정하고 그것이 현실을 번역하는 체계와 번역의 과정에서 누락되는 면면을 살핀다.

흔히 재난 혹은 사회적 참사를 담은 이미지는 애도의 연대를 불러일으키며 ‘재현불가능성'에 관한 지난한 논의와 결부되곤 한다. 그것은 감히 ‘밈'(meme)화 될 수 없으며, 상상할 수 없는 것에 형태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미지 경제에서 ‘재현' 가능성의 여부를 판단하기도 전에, 우리는 사건들이 너무 빠른 속도로 확산과 소비를 반복하는 장면을 본다. 이러한 실정에서 조재는, 이미지가 진실을 담아낼 수 있는지에 관여하기보다 사건과의 연결고리로부터 점점 현실의 인덱스를 잃어가는 과정을 살피고 있다. 재난의 장면으로부터 재현불가능성의 논쟁에 가담하거나 연대의 움직임을 조직하기보다, 디지털 이미지의 존재론적 차원에서 이미지가 일종의 정보로서 누락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다시 말하면 그는 현실 사건을 다루기보다 그 사건을 둘러싼 이미지 생태를 탐구하며, 미디어의 연속성에 의해 점점 가볍게 소비되는 사건과 이미지의 관계를 포착하는 것이다.

이미지에도 수명이 있다면, 그것은 특정 알고리즘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트래픽을 발생시켰다 이내 네트워크의 우주로 흩어지는 짧은 생의 주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흩어진 파편들은 디지털의 구조망 안에서 언제든지 새롭게 분해되고 조합되기를 예비한다. 네트워크에서 이미지는 무한히 재매개되며 구천을 떠돌며 죽었다 살아나길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조재는 생산의 주체이자 소비의 대상이 되는 이미지에 ‘펌프질'이라는 표현을 붙이며 그것의 수명과 연명 방식에 관해 질문한다. 현실 사태를 딛고 있는 이미지가 매개를 반복하며 본래 발원지와 얼마나 멀어지고 있는지, 혹은 어떻게 거리를 유지하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디지털 이미지가 현실의 장면 혹은 사물을 “데이터화” 한 시각 대상이라 할 때, 그것은 모니터 인터페이스에서 구현되기 위해 여러 형식의 포맷을 구성한다. 대표적으로 화면의 최소 단위인 픽셀(pixels)을 정보값으로 가진 ‘비트맵'(bitmap) 형식과 사물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벡터‘(vector) 형식을 볼 수 있다. 이때 조재는 이미지가 디지털화 되는 방식에서 벡터 형식을 작업의 방법론으로 빌려온다. 비트맵으로 구성된 이미지가 온라인의 구조망에서 수없이 유통의 과정을 거치며 열화 되는 속성을 가진다면, 벡터 이미지는 점과 점, 선분과 면의 수학적인 함수관계로 표현된 성질로서 크기를 키우거나 늘리더라도 본래 선명도를 유지한다. 말하자면 벡터는 이미지의 양적인 차원에 구애받지 않으며 이미지가 확산되는 속도와 운동성에 관여하는 방향적 힘을 가리킨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첫 번째 공간에 영상 하나와 약 2m 크기의 투명한 구체가 놓여있다. 표면 위에 벡터 형식으로 조합된 재난 이미지가 보인다. 관객은 구체를 스스로 굴려보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관찰할 수 있으며, 사건을 나르던 장면들은 더 이상 정보적 기능을 갖지 못한 채 추상적인 대상으로 자리한다. 과거 미술이 하나의 오브제로서 고정적인 형태 혹은 공간에 기원하는 특징을 전제했다면, 중심 없이 굴러가는 구의 원심력은 이미지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출처 없는 위상을 드러낸다. 부풀려진 이미지와 거대하게 팽창한 풍선은 과포화 된 이미지의 장소를 은유하며 그 위로 올라간 형상은 정보를 소실한 벡터 이미지가 무엇을 누락하고 있는지 질문한다.

이미지의 폭발적 확산이 일상화된 지금의 풍경에서 우리가 지목할 지점은 이미지가 네트워크로 전파되고 확산되는 1 ) 속도와 순환, 벡터의 차원이다. 물리적 시공간을 상실한 대상이 향하는곳은 어디인가? 0과 1의 언어를 재생산하며 여기저기 정처 없이 떠도는 장면들, 현실에 관한 증언의 권한을 상실한 대상들. 변화된 이미지의 성질 앞에서 조재는 재난을 미화 혹은 무화시키는 미디어의 조건을 말하며, 현실에 대한 번역 행위의 주체로서 디지털 이미지를 가져온다. 번역은 하나의 텍스트에서 다른 언어의 자리로 옮기는 동사적 의미를 가지며, 원본을 상정한 2차적 행위다. 언제나 원본성(originality)에 대한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는 행위인 것이다. 하지만 말이든 글이든 변치 않는 진실을 전달하는 번역은 없으며, 언어의 무수한 맥락 안에서 의미는 선택되고 변용된다. 작가는 이러한 번역의 성질을 바탕으로 이미지가 선택하는 현실의 장면들, 그 선택으로부터 누락되거나 서로에게 환원되지 않는 구멍을 보여주길 시도하고 있다.

두 번째 공간으로 들어서면 벽과 바닥을 둘러싼 시트지 위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덩어리들이 하나의 정경을 조성하고 있다. 스탠미러, 스티로폼, 아크릴, 철 등 다양한 물질로 조합된 풍경은 수많은 특정 사건 이미지를 재조립한 데이터 더미다. 조재는 하나의 사건에서, 혹은 독립적인 장면으로부터 이미지의 의미를 발굴하기보다 그것들이 네트워크 구조 안에서 연결되고 교차하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지들이 조합하고 뭉개지면서 삐져나온 부스러기들을 모아오는 것이다. 그 파편들은 보는 이의 판타지에 따라 서로 다른 풍경으로 다가가며 지표성을 상실한 채 새로운 사건을 예고한다. 요컨대 조재의 풍경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일종의 제스처(gesture)로서 가시화 되고 있는 것이다.

동작의 시작과 목표가 명확한 액션(action)과 달리 제스처는 다음 장면을 통해서만 지금의 동작을 규명할 수 있는 움직임이다. 제스처는 언제나 이전과 이후의 장면을 상상하게 만들며, 출발과 도착 사이에서 의미를 결정하지 못한 채 행위 하는 이미지의 형세를 갖춘다. 정확, 신속, 오차 없는 수식. 조재는 벡터 형식의 객관적 프로토콜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불러오지만 입력과 출력 사이에 미세하게 일그러지는 장면들을 길어 온다. 말하자면 시작과 끝 사이에 무수한 변수를 이미지로 포착하는 것이다. 현실과 이미지 사이의 오류와 오차를 가시화하는 그의 태도는 현실을 면면을 언어화 하는 시의 태도를 닮아있다. 번역의 불가능성을 딛고서 끊임없이 정확함에 도전하는 시의 그 정직함을 말이다. 빈틈없는 속도로 유통되는 현실, 이미지의 숨 가쁜 순환 사이로 조재는 응당 오래 머물러야 할 비극의 장면을 아주 천천하고 치밀하게 번역하는 것이다. 공간을 뒤덮은 스펙타클한 장면 사이에 놓인 표백된 덩어리, 매끄러운 조각들이 번역할 수 없는 상태로, 도착 없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