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선구
2019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석사 졸업
2014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학사 졸업
2024 《축성법》, 금호미술관, 서울
2022 《벽돌나비》, 드로잉룸, 서울
2022 《보이지도않는꽃이:발자국을 발굴하기》, SeMA 창고, 서울
2020 《이상하고 평화로운 날들이었다》, 학고재 디자인 프로젝트 스페이스, 서울
2019 《종이 위의 검은 모래》, 갤러리 조선, 서울
주요 단체전
2022 《Mbps with PACK》, 서울시립미술관 프로젝트갤러리, 서울
2022 《Touch Stone》, 신한갤러리, 서울
2022 《화가별장》, 양주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 갤러리, 양주
2022 《두산아트랩 2022》, 두산갤러리, 서울
2021 《아이콘》, 학고재 갤러리, 서울
2021 《낯선 여정》, 드로잉룸, 서울
2020 《세발로 걷는》, 공간서울, 서울
2020 《전시 후도록》, WESS, 서울
2019 《Y군의 불타는 비행기》, Lab203, 서울
2023 제21회 금호영아티스트 선정, 금호미술관
2023 예술기반지원 <RE:SEARCH>, 서울문화재단
2022 서울시립미술관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서울시립미술관
2022 청년예술지원 창작발표형, 서울문화재단
2021 아르코 청년예술가 지원사업 연구형,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요 프로젝트
2021 《깊은 언덕》, 내셔널 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협업 프로젝트
2019 《cabinet vol.8》, 일현미술관 도서지원 발간 프로젝트
[전시 설명]
축성법
A castle built of dust
작가 임선구는 종이와 흑연을 기반으로 개인적 경험과 기억, 타자와 공동체의 이야기를 엮어 다양한 층위의
드라마를 만든다. 연약한 종이 위에 남긴 흔적과 도상들은 얽히고설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고 미묘한 관계 속에서
세상을 구축한다. 최근에 작가는 이러한 종이 드로잉을 구기거나 찢고 기워내는 것에서 나아가 덩어리가 되어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출처가 다른 여러 종이를 으깨고 이어 붙여 만든 벽 구조물 등을 선보인다.
위태롭게 서로를 지지하며 공간을 점유하는 종이 벽들은 나와 맞물려 돌아가는 세상의 수많은 장면을 투영하고 삶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을 반추하게 한다.
[작가-비평가 매칭 프로그램]
임선구의 성을 짓는 법에 관하여
- 김한들(미술이론가)
임선구의 작업에는 어디선가 보고, 듣고, 걸러지고 남은 것, 눈과 귀로 들어가 의식에서 이어지는 것이 있다.
첫 개인전 ≪종이위의 검은모래≫(2019)에서 선보였던 <아빠가 막걸리에 맞던 날>(2017)처럼 잊고 싶지만 잊히지
않는 기억이 산다. 대부분 쓸모없이 소중하고 궁핍한 순간이나 돌고 돌아 낡고 해진 소문에서 비롯한 기억이다. 이러한
기억은 화면에서 현재에 흩뿌려지며 감정이 더해져 실사와 달리 변형되고 뒤틀린 상징적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예상치 못한 존재와 기묘한 패턴이 발생해서 반복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어지러운 광경 속에서 이리저리 일렁이거나
날카롭게 삐쳐 나가는 선이 전반을 지배하게 만든다. 도상적 표현과 밤물결 또는 번개같은 선이 자아낸 몽환적
분위기는 ‘설화', ‘신화' 등의 단어가 기존 그의 작품에 관한 해석에 등장한 배경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선구가 제시한
지난 일련의 전시는 우리가 그의 작업에서 주목할 대목이 이야기(story)가 아니라 그것을 내러티브(narrative)로
구축하는 방법론임을 인식시킨다. 2024 금호영아티스트 전시의 일환으로 열리는 ≪축성법≫은 방법론의 맥락에서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며 명확히 할 하나의 기회이자 전환점으로 감지된다.
임선구는 자기만의 방법론을 형성하기 위해 그간 매체의 선택에 집중하며 실험을 전개한 것으로 헤아려진다.
이러한 면모는 흔히 ‘흑백 드로잉'으로 통칭하는 그의 초기 드로잉이 사실 연필 드로잉과 흑연 드로잉으로 나뉜다는
측면에서 가늠할 수 있다. 작가는 작업을 시작하는 시기, 기억을 소환하며 과거의 시점을 현재의 다시점으로 치환해서
정사각형 화면에 그렸다. 재료를 ‘종이에 연필'로 기재하고 경도나 농도에 차이가 있는 여러 연필의 선, 두께, 질감 및
효과를 얻었다. 압력과 획을 변경하여 해칭, 번짐 등을 꾀하거나 연필의 흔적을 겹쳐서 깊이감을 구현했다. 그는 첫
번째 개인전을 기점으로 재료를 ‘종이에 연필'이 아닌 ‘종이에 흑연'이라는 광범위한 매체로 적기 시작했다. 연필을
무엇을 그리는 수단으로 대하던 자세에서 나아가 건식 재료를 다루는 방법의 탐구로 작업의 접근을 확장했다. 이후
흑연을 부수거나 접착제, 젯소 등과 혼합해 실험을 거듭한 것은 물성 자체에 주목해 재료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 시도로
읽힌다. 흩어져 날아가거나 머무르는 흑연 가루는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모래가 중력, 온도 등의 변화로 땅을
이루듯 작가가 “나의 영토”라고 부르는 작품 세계의 토대를 이룬다.
작가의 건식 재료를 다양하게 다루고 종이 위에 안착시키려는 노력은 곧 종이를 향한 관심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종이의 종류를 다르게 했고 그것을 접고, 겹치고, 찢고, 뭉쳤으며 ≪보이지도않는꽃이: 발자국을
발굴하기≫(2022)에서는 종이를 지지대 없이 천장에 매다는 방식으로 일으켜 세웠다. 전시장을 차지했던 <보지
못하는 새> (2022)나 <발이 많이 달린 짐승>(2022)의 경우 앞선 작품에 등장한듯한 도상을 거대한 크기의 독립적
형태로 설치해서 관람자를 맞았다. 해방한 도상은 새로운 배경에 배치되어 전과 다른 이야기를 구성하기도 했다. 이후 작가는 팝업북과 유사한 반(半)입체 형식의 작품을 선보여 종이의 평면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는 또 다른 시도를
펼쳤다. 그림이 그려진 종이를 오리고 포개어 얹어서 구조물을 이루었는데 여기에는 종이의 강도, 탄력성, 저항력 등에
관한 이해가 동반된다. 이 시기의 작품은 <벽과 돌과 비>(2022), <벽과 돌과 나와 비>(2022) 등의 제목에서
파생하는 ‘벽돌'과 ‘벽'처럼 작가의 영토 위에 새로운 세계의 구축을 본격화한다.
임선구의 종이를 입체적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종이 내구성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종이를 직접 제작하고
그것을 점점 두껍게 한다. ≪축성법≫은 매체의 서사를 듣고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맥락에서 이러한 작가의 최근 작업
양상을 제시하는 것으로 읽힌다. 전시는 도입부에서 관람자가 좌대 위에 세워진 휴먼 스케일의 종이 벽을 마주하고
벽의 구멍 사이로 대형 드로잉 콜라주를 볼 수 있게 설치했다. <벽장 안의 눈>(2023)에서처럼 과거의 소란스러운
이야기가 벽장 속으로 들어가고 벽이 전면에 세워진 셈이다. 도입부를 지나 메인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각기 다른
문양의 표면을 가진 종이 벽돌이 모여서 구성한 벽 열 일곱 개가 다제화(polyptych) 형식으로 펼쳐졌다. 벽들이 서로
기대어 건축한 성은 한쪽을 헐어내면 모두가 허물어질 듯 느껴지지만 가만히 보면 결코 위태롭지 않다. 여기저기서
흘러 들어온 종이와 드로잉의 파편을 갈고, 뜨고, 말리기를 반복해서 만든 벽돌을 쌓고 그 사이를 진흙으로 메워 성을
세운 작가의 인내가 가져온 결과다. 평면 작업으로 익숙한 종이를 조각적 형태로 변모시키는 행위는 매체로서 종이의
고유한 특성과 잠재력을 탐구하는 응집력의 발현이다. 작가는 결국 드로잉 콜라주와 조립부터 종이 기반 설치에
이르기까지 물질성과 형태에 관한 개념을 향한 도전에 성공한다.
작가가 드로잉의 파편을 재료 삼아 벽돌을 벽으로, 벽을 성으로 변화시킨 것은 물리적 건축 과정뿐만 아니라
상징적 의미의 결합을 수반한다. 기억을 다루던 시도를 물질성의 탐구에 정박시키고 전통적으로 취약하게 여겨지던
종이를 견고한 성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로 만들어 변화의 힘을 보여준다. 그는 2023년 출판한 『먼지로 세운 성』의
전반부에서 “빛을 잃고 헤매던 것들이 모여서 큰 산을 만든다. 산은 무너지느라 수차례 돌을 떨어뜨린다. 흩어지지
못하고 그대로 굴러 떨어진 돌들은 다시 선더미처럼 쌓여서 울퉁불퉁한 언덕을 만든다”라고 적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그는 용기 내어 그려둔 것들을 다시 오려 붙이고, 주변을 굴러다니던 작은 돌멩이들을 이어 붙인다.
이곳의 수명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라고 썼다. 과거에 수동적으로 굴러 떨어지는 돌을 쌓이게 두어 언덕을
형성했다면 이제 작가는 능동적으로 땅을 다지고, 벽돌을 만들고, 벽을 세우고, 성을 짓는다. 기억과 현재가 마주치는
순간을 재구성해 화면에 담아 육지에 면한 바다를 둑으로 막고 그 안의 물을 빼내어 간척하는 방식으로. 돌 더미에 묻혀
있는 것을 찾아서 파내듯 열린 마음과 호기심, 탐험으로 매체의 물성을 더 깊이 탐구하려는 “발굴적” 태도로. 벽돌을
하나하나 만들고 겹겹이 포개는 꾸준한 행위를 통해 유한을 영원으로 지속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