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선정
2019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학부 석사 졸업
2017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학부 학사 졸업
2024 《나는 나는 법을 배웠다》, 금호미술관, 서울
2021 《나의 베아트리체; 아이돌》, 유아트스페이스, 서울
2018 《에덴_劇》, 유아트스페이스, 서울
2017 《leAbsolutely my sty '존-극 JHON-極》, 창작문화공간 여인숙, 군산
2016 《얼굴의 얼굴》, 갤러리 팔레 드 서울, 서울
2015 《연애시》, 가나아트스페이스, 서울
주요 단체전
2023 《FACE》, 갤러리 인, 서울
2022 《저녁의 시간》,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2022 《밤을 넘는 아이들》, 서울대학교 미술관, 서울
2020 《SUB_》, 유아트스페이스, 서울
2020 《꿈의 대화》, 에이라운지, 서울
2020 《MUSH-ROOM 2020》, 별관, 서울
2019 《현대회화의 모험: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2018 《Arte Laguna Art Prize》, 베니스, 이탈리아
2017 《A Matter of Awareness》, 2W, 위켄드, 서울
2015 《두렵지만 황홀한》, 하이트 컬렉션, 서울
2017 창작문화공간 여인숙, 군산
2014 예술공간자유 프로젝트, 고양
2011 Espace des Arts Sans Frontières, 파리, 프랑스
수상 및 선정
2023 제21회 금호영아티스트 선정, 금호미술관
2020 Hopper prize 2020 finalist 30, 영국
2018 Arte Laguna Art Prize 17.18 the finalist 선정, 베니스, 이탈리아
2017 아트유니온 하반기 작가 선정, 서울
2016 Ventitre01 2016 Artworks selection, Selected artists for the new catalog, 로마
[전시 설명]
나는 나는 법을 배웠다 I learned how to fly
작가 왕선정은 자신이 경험하고 인식한 삶의 모습, 사건, 감정 등을 캔버스 화면 안에 극적인 장면으로
재구성한다. 그는 신화적 모티브와 종교적 도상을 활용하거나 변형 혹은 왜곡된 인물 표현을 통해 인간의 불안과
두려움, 나약함을 드러내지만 결국 이러한 순간을 직시하며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고 정반대의 긍정적 상황에 도달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예술가로 살아가며 마주하는 고뇌를 강렬한 색채와 특유의 묘사력 등
자신만의 조형적 미감으로 자유롭게 표출한다. 이를 통해 창작자로서 느끼는 공포와 희열을 함께 함축하며 보는 이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겨진 정서를 자극한다.
[작가-비평가 매칭 프로그램]
트라우마의 귀환과 초월적 그리기: 왕선정의 《나는 나는 법을 배웠다》
- 고경옥(미술비평, 독립연구자)
거친 붓질로 그려진 이미지다. 기억의 편린이나 무의식을 낚아 올린 듯한 이미지로 구성된 그림이다. 빠른 선묘와
흐릿한 색칠, 그리고 두터운 안료가 부분부분 더해진 기이한 화면은 시선을 압도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간톤의 색채
변주와 빠른 붓질로 인해 그 형상이 또렷하게 가시화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표현주의적 그리기 방식과 함께 내러티브가
녹아든 화면은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며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이 강렬한 이미지는 무엇일까? 그리고 작가는 왜 이런 그림을 그리는 것일까? 매일같이 악몽을 꾼다는
왕선정은 자신의 꿈을 화면에 담고, 집요한 그리기를 통해 과거의 기억과 무의식을 소환하고 있다. 왕선정은 이번 《나는 나는
법을 배웠다》 전시에 조류, 천사, 반인반수(半人半獸), 날개를 펼치고 있는 듯한 형상을 반복적으로 선보인다. <그렇고
그런 새들>(2023), <그는 할 말이 많은 사람>(2024), <두려운 사람>(2024), <당신을 위하여>(2023)의 반은 사람이고
반은 새의 모습을 한, 혹은 날개를 편 인물이 그것이다. <환영해요>(2024)에서도 추락하는 인물이 두 팔과 날개를 펼치고
있고, 새부리를 지닌 괴물도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바닥없는 바다>(2024)에서는 새의 형상을 한 이미지가 날개와
팔을 파닥거린다.
왕선정 회화의 다른 특징을 살펴보자. 그는 단일하고 큰 캔버스에 화면을 그리는 대신, 작게 분절된 캔버스를
부분적으로 이어가며 거대한 화면을 만든다. <외로움은 사실 너를 싫어하지>(2024), <파에톤(Phaethon)>(2024),
<누워있는 여자>(2024)와 같이 대형 작품은 대부분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퍼즐 맞추기와도 같은 화면은 온전한
사각형을 이루기보다는 일정 부분이 어긋나거나, 모퉁이의 이미지가 잘리고 지워진다. 콜라주로 이루어진 거대 화면은 마치
작가 스스로 파편화된 기억과 무의식을 하나로 통합시키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즉 그의 그림은 사건과 기억, 이로부터
파생되는 감정과 심리가 무의식에 녹아들면서 무한증식을 펼치는 셈이다.
내러티브적 요소는 왕선정 작가의 그림에서 빼놓을 수 없다. 자신이 경험한 사건이라든지, 자아를 투사한 이미지,
혹은 이것이 꿈으로 재 번안된 내 용 등이 그것이라 볼 수 있다. 각자의 그림 안에는 다양한 중층의 스토리가 들어있어 단일한 것으로 집약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결국에는 하나의 뿌리로
귀결된다. 그것은 바로 그의 심리적 트라우마와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 그리고 이것을 자신의 창작으로 승화하고자
하는 갈망이 버무려진 것이다.
트라우마를 연구하던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세계대전에 참여했던 군인이 전쟁에 관한 꿈을 반복적으로
꾼다는 것을 발견하고, 영원한 안식을 향한 ‘반복 강박(repetition compulsion)'과 ‘죽음 충동(death-drive, Thana
tos)'이란 개념을 도출한 바 있다. 그는 트라우마에 내재한 공포, 분노, 억울함 등의 억압된 감정은 다른 형태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회귀한다고 보았다. 할 포스터(Hal Foster)는 이러한 프로이트의 트라우마 연구에 더해 ‘지연된 사후작용(deferred
action)'이라는 논의를 펼쳤고, 마리안느 허쉬(Marianne Hirsch)는 집단 트라우마와 기억의 문제를 다루며, ‘포스트
메모리(post-memory)' 담론을 개진시킨 바 있다. 이처럼 많은 예술가에게 트라우마와 기억의 문제는 창작의 모티브가 되고
있다. 왕선정의 작품에도 작가의 미해결된 과거의 트라우마가 귀환하고 있다. 그는 트라우마를 이미지로 번안해 치유적,
초월적 그리기를 하는 셈이다. 즉 자신의 악몽을 재구성한 그림은 과거에 경험한 상처인 동시에 현재진행형인 감정이지만,
과거로부터 해방된 미래로의 열린 가능성을 내포하기도 한다.
한편 여성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왕선정의 그림에는 주로 덩치가 큰 남성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작가들 대부분이
자신의 젠더를 반영해 그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대를 재현하고 있는 왕선정의 시선은 흥미롭다. 그렇다면 여성 작가인
왕선정은 왜 남성을 그리고 있을까? 작가는 자라면서 폭력적인 아버지로 인해 가정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또한
친구의 자살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며 정신적으로 피폐한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가정을 비롯한 사적 공간에서 경험한
폭력은 사적 경험인 동시에 공적 경험이기도 하다. 이를 한 개인의 상처로만 치부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왜냐하면 가정이란
가부장제가 공모해 만든 사회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의 근·현대사에는 식민지의 경험, 한국전쟁, 군부독재 정치와
같은 집단적 트라우마가 얼룩지어 있어, 가정 내에 그 상처와 신경증이 전이되고 대물림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왕선정이 그린 남성 이미지는 젠더 정치학을 전면으로 내세우지는 않지만, 남성 주체를
내면화한 채 살아가는 많은 여성의 시선을 비트는 작업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앞서 <보들레르의 유령들-맨 인 더
바(Baudelaire's Rrevenants-the man in the bar)>(2013)에서도 여성 대신 숱한 남성들을 그렸다. 그가 포착한 대상은
혐오와 측은함이라는 양가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망가져 가는 중년 남성이었고, 그것은 바로 작가 자신의 아버지였음을
고백한다. 왕선정의 그림에는 개인의 트라우마가 귀환하고 있다. 동시에 복잡한 한국 현대사에 의한 사회적 트라우마가
직·간접적으로 재해석된 이미지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왕선정의 회화는 트라우마를 비롯해 갖은 신경증으로부터 시달리는 우리에게 무언가 말을 건넨다. 과거 고통을
경험했던 사건 속의 나와 현재의 나는 다르다. 그때의 나는 어리고 약해서 대처할 힘이 부재했지만, 지금의 나는 과거에서
벗어날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인지적 치유가 시작된다. 피해자성을 벗어날 때, 우리는 과거라는 감옥에서 나와
오롯하게 현재를 살 수 있다. 왕선정 작가가 자신의 작가 노트에 “언제인가부터 스스로 꿈속에서 나는 법을 연습하기
시작했다”라고 고백한 것처럼,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자기 초월로서 더 깊은 예술세계로 다가가길 기대해 본다. 이것은
작품 앞에선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