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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작가소개

오제성 / 2023년 21회

오제성

verygoldeye@gmail.com

2019    국민대학교 미술학과 입체미술 전공 석사 졸업
2016    OTIS College of Art & Design 순수미술 전공 석사 졸업
2012    국민대학교 미술학부 입체미술 전공 학사 졸업



주요 개인전

2024    Ghost Protocol, 금호미술관, 서울

2023    자가처방, 라트비아 도자비엔날레, 리가, 라트비아

2023    《The Motion Sculpture, 전시공간, 서울

2023    《Joyful Sculpture, The Square, 서울

2023    《Playful Sculpture, space xx, 서울

2022    《Influence, Le Phare, Ceramic Art Andenne, 벨기에

2020    《Index, 누루미술관 개관전, 밀양

2019    《The Motion Lines, 송은아트큐브, 서울



주요 단체전

2023    조각모음, 문래예술공장, 서울

2023    《Derby Match, 뮤지엄헤드, 서울

2023    《Hybrid-Ground, 자하미술관, 서울

2022    김복진과 한국 근현대 조각가들, 청주시립미술관, 청주

2022    《조각충동,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2022    《페이지 너머,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 대전

2021    《태양에 대한 승리, 옥상팩토리, 서울

2021    《불투명한 세계, SAGA, 서울

2021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경기도자미술관, 이천

2020    가소성전: Plastic Ruins, 을지로OF, 서울

2019    Summer Love, 송은아트스페이스, 서울

2018    PENNY LOAFER, COMFORT MAIND, 파리, 프랑스

2016    Now What?, Bolscky Gallery, 로스앤젤레스, 미국

 

레지던시

2021    청주시립미술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청주
2018    금호미술관 금호창작스튜디오이천



레지던시

2023    고양예술창작공간 해움, 고양

2022    세라믹 아트 앙덴느(Ceramic Art Andenne), 앙덴느, 벨기에

2021    한국예술종합학교 K'ARTS STUDIO, 서울

2020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 김해

2017    아뜰리에 레 아르크(Ateliers des Arques), 아르크, 프랑스

[전시 설명]

Ghost Protocol

작가 오제성은 한국의 전통적인 감각이 현대에 기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질문하면서 전국 각지의 비지정문화재를 중심으로 조형적 연구를 전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고전 재래조각부터 근대기 조각까지 내려져 온 조각적 규범과 규약을 실기적 차원에서 연구하고 현대의 기술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조각의 형태를 보여준다. 그는 3D 스캔과 프린트를 활용하여 서로 다른 양식의 조각들을 형태적으로 결합하고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을 산업재료로 작업을 구현한다. 이처럼 선대 조각가들의 이질적인 작업 양식을 동시대적 방식으로 연결함으로써 전통과 현대의 공존 방법을 모색한다.


[작가-비평가 매칭 프로그램]

경계의 해체, 조각의 재구성 : ‘오제성의 은밀한 작전 Ghost Protocol'

- 김이순(미술사가)

오제성의 은 너무 다양해서 혼란스러워 보이기조차 한다. 무엇 하나 '단일성'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인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형상들 대부분은 작가가 새롭게 만들기보다는 서로 다른 시기에 다른 지역에서 제작된 조각품들에서 차용된 이미지이다. 차용의 방식도 다양하다. 작가가 원본을 보고 직접 손으로 제작한 경우도 있고, 3D 로 스캔해서 3D 프린터로 출력한 것도 있다. 사용한 재료 역시 조각의 가장 원초적 재료인 흙을 비롯해서 스테인리스 스틸, 스티로폼, 발포우레탄, 방수페인트 등의 건축용 신소재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렇듯 전통 조각가들이 추구한 조형적 아름다움이나 순수성 내지는 단일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오제성의 생경하고 복잡한 구조의 작품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사진 영상 작업과 조각을 병행하면 오제성(b.1987)이 물성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조각작품을 본격적으로 제작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경부터가 아닌가 한다. 그즈음 오제성은 세라믹 조각을 발표하면서 소위 '조각으로의 귀한'을 감행했는데, 다양한 유물을 조사한 후 그 기억과 인상을 바탕으로 흙을 빚어 제작한 <다보각정도>(2020)가 그 예다. 그런가 하면 <신들의 대화>(2020)는 황학동 풍물시장 등에서 만난 온갖 신들의 형상을 모아 3D 스캔한 후 이를 3D로 출력한 입체조형물이다. 또 (2021)의 경우처럼 대상물을 3D 스캔한 후 이름 네거티브 형상으로 출력하고, 이 형상을 거푸집 삼아 동일한 형상을 복수로 제작하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이렇듯 사진이나 영상 같은 디지털 매체에서 구체적 물질로 제작하는 조각으로 표현 매체를 옮기면서 그는 조각과 관련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조각의 표현 재료와 기법은 물론 조각의 과정, 작품 제작과정에서 조각가의 움직임, 그리고 한국의 전통미나 조각적 규범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심사는 광범위하다. 매번의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가, 전통 민불과 근현대 조각가들의 작품을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절합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이번 프로젝트는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한 짜트는 한국 조각품에서 차용한 형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제작자를 알 수 없는 옥계리 석불, 김복진의 대표작인 김제 금산사 미륵대불, 작가의 아버지 오상욱 조각가의 인체상들이 다양한 재료와 방법으로 소한되어 있다. 오제성은 옥계리 석불 입상과 김복진의 미국대불을 3D 스캔하여 디지털화한 후에 3D 프린팅으로 재현하였는데, 프린팅 과정에서 기술상 기하학적 패턴이 형성된 결과 원형의 모습이 현대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여기에 차용된 두 조각품은 모두 불입상으로 숭배의 대상물이지만, 상이한 미감과 조각 규범으로 제작되었다. 마모가 심한 옥계리 불상은 근대적 조각 개념에서 본다면 매우 프리미티브하다. 오제성은 이러한 민불이 지닌 조형적인 특징에서 신선함을 느끼고 전통미를 당색한 바 있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이를 근대조각의 태두인 김복진의 불상조각과 병치했다. 김복진의 미륵대불은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에 기반해 제작된, 12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크기의 석고 불입상이다. 전동적 재료와 기법으로 불상을 제작하면 조각 금융 일과 1935년에 경합을 치른 후에 건립된 것으로서 근대조각사에서 그 의미가 자못 크다. 즉, 전통적 조각 규범을 전복하고 등장한 근대적 조각이라는 점에서 높은 가치평가를 받고 국가등록문화재 로 등록되어 있다. 오제성은 조형적 특징이 전혀 다른 두 불상을 같은 크기로 출력해서 결합해 놓았는데, 이는 문화재 지정 여부나 역사의 주류와 비주류 같은 문화적 담론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한국 조각의 흐름에서 다른 층위에 있는 두 작품을 직접 연결함으로써 상이한 조각적 규범과 형태를 실기적 차원에서 탐구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탐색은 현대조각으로 확장된다. 에서는 세 명의 인물이 팀을 이뤄서 머리에 뭔가를 이고 줄지어 걸어가는 장면이 두 가지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러한 이미지는 오상욱의 청동 작품 <억압에 대한 기억>(2003)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상욱의 작품에서 인물들은 거대한 직육면체 덩어리를 머리에 이고 힘겹게 걷는 모습인 데 반해 오제성의 작품에서는 젊은이들이 고개를 들고 당차게 전진하고 있다. 두 팀 중에서 한 팀은 김복진의 미륵대불을 3D로 스캔한 데이터를 이용해, 두상의 일부만을 원본 크기로 출력한 조각상을 머리에 이고 있다.

이 근대문화유산을 머리에 인 젊은이들은 손에 세라믹 조각상들을 들고 있는데, 이 세라믹 조각상들은 오상욱의 작품들을 보고 작가가 직접 손으로 축소 모형(maquette)으로 만든 것이다. 다른 한 팀에 등장하는 세 명의 인물 역시 오상욱의 작품을 차용한 것이다. 맨 뒤의 인물은 오상욱 작품을 스티로폼으로 재현한 다음 표면에 방수페인트를 발랐으며, 그 앞의 인물상들은 오상욱의 인물상을 차용하여 스티로폼으로 제작한 다음 표면에 실란트 같은 현대적 재료를 덧발라 완성했다. 이 세 인물은 유선형의 조형물을 머리에 이고 있다. 머리에 인 조형물은 이 작품을 제작하는 데 사용한 온갖 건축용 재료의 포장재로 제작되어 있다. 말하자면 버려야 할 쓰레기를 재활용한 것인데, 이는 현대적인 재료와 기법을 동해 '알맹이'와 '껍데기'의 경계를 해체하며 이 시대의 에피스테에를 보여주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방식으로 오제성은 전동에서 근대, 근대에서 현대, 선대에서 당대로 이어지는 조각 개념과 규범을 숙고하고 있다.

조각적 규범에 대한 오제성의 탐색은 한국 조각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는 로댕의 작품과 어묵을 자세히 검토, 분석한 후 로댕의 대표작인 <지옥의 문>과 <걷고 있는 사랑>을 자신의 방식으로 차용하고 전유하였다. <지옥의 문>의 구조를 분석하여 직육면체로 분할한 후 그 기하학적인 구조물 안에 다양한 일상의 오브제를 3D로 스캔하고 결합하여 3D로 출력해서 배열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로댕의 <지옥의 문>에서 보이는 고통스러워하는 인간의 초상이 아니다. 
각종 오브제와 불상의 파편 등이 뒤섞인 가운데 작가의 초상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현재라는 지층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 구조물 자체는 이번에 새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기존 작품 (2023)을 변용한 것이다. 그가 왜 로댕의 <지옥의 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현대조각의 시조로 평가받는 로댕의 대표작이라는 정, 그리고 경계를 가르는 '문'의 상징성에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옥 앞에 선 인간들에게 희망을 버릴 것을 요구하는 명제의 이전 작품 는 수직으로 세워져 있었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이 구조물이 수평적으로 재배치되어 있다. 박이소가 <역사의 문/역사적인 문>이라는 작품에서 '門'이라는 글자를 거꾸로 써 놓았듯이, 오제성은 <지옥의 문>을 해체하고 재조립하여 이를 바닥에 펼쳐놓았다. '문'이라는 사물을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바닥에 펼쳐놓은 결과 경계 짓기라는 고유성이 해체되고, 이는 '광장'으로 탈바꿈되어 소동의 장소가 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오제성은 간인의 삶과 욕구에 부응하는 석조불상을 제작한 무명의 석공, 근대라는 시기에 호응하는 사실적 인체에 가까운 불상조각을 제작한 김복진, 사실적인 인체를 넣어 표현적인 청동 인체조각 작품을 제작한 아버지 오상욱, 그리고 서양 현대조각의 시조로 평가받는 로댕의 조각적 규범 내지는 규약을 자유롭게 차용, 복제, 전유하여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이는 서로 상충하는 단절로 인식되던 기존 조각사 흐름의 이해 방식을 전복한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의 작품에서 가장 전통적 조각 재료인 흙을 비롯해 스테인리스 스틸, P.L.A, 스티로폼, 발포우레탄, 우드필러(퍼티), 실란트, 방수포 등 현대 건축에서 사용하는 신소재를 다양하게 사용했으며, 기법 역시 소조 기법 외에 아상블라주, P.L.A 코일 방식의 3D 프린팅 등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토록 다양한 소재(원본), 재료, 기법을 하나의 작품으로 통합함으로써 작가는 무엇을 의도한 것일까.

이질적인 요소들의 결함은 혼성성을 띨 수밖에 없다. 이는 기성에 대한 저항과 전위만을 강조하던 모더니즘 미술, 즉 자기와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배제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려 했던 모더니스트의 배타적인 태도를 전복한다. 
서로 다른 지향점을 지닌 선대 조각가들의 다양한 조각품을 현대의 과학적 기술을 동원하여 연구하고 탐색함으로써 그들의 조각적 규범을 재해석하고자 했으며, 이를 하나의 작품에 절합함으로써 이종적(異種的) 조형언어와 예술혼을 통합하려 한다. 요컨대, "Ghost Protocol"이라는 명제하에 전통과 근대, 근대와 현대, 주류와 비주류, 서양과 동양, 안과 밖, 알맹이와 껍데기, 중심과 주변, 정동과 비정동, 물질과 정신, 기성과 전위, 미술과 비미술 등등의 이분법적 구분을 해체한다. 나아가 이러한 이항 대립적인 요소들을 현대적 기술과 재료로 절합하여 하나의 통합체를 형성함으로써 포스트 모던 사회의 탈경계적 영토를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