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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작가소개

강이경 / 2023년 21회

강이경

kangleekyung@gmail.com
www.kangleekyung.com​

2017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 판화과 석사 졸업
2011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학사 졸업



주요 개인전

2024    우로보로스의 조각들, 금호미술관, 서울

2023    SPACE LAG, 그레파이트온핑크, 서울

2022    In between space, 아트 인 그랑서울, 서울

2021    Ongoing Up-Ending, Lead deadwood Arts Center, 사우스다코타, 미국

2021    《Missing Mass, 유아트스페이스, 서울

2020    Invented Landscapes, West Las Vegas Library Gallery, 라스베가스, 미국

2019    Almost Real, Sugar Space Arts Warehouse, 유타, 미국



주요 단체전

2022    서울로미디어캔버스, 서울역, 서울

2022    《Geometric and Color, Ubique Art, 뉴욕

2022    《On Bare Foot, De Pree Art Gallery, 미시간, 미국

2021    갤러리아 아트쇼 Just Arrived, 갤러리아 WEST, 서울
2021    《Scatter Terrain, Ejecta Projects, 펜실베이니아, 미국

2021    《National Juried Exhibition, Chico Art Center, 캘리포니아, 미국

 

레지던시

2023    쿤스트라움, 뉴욕, 미국

2022    Frans Masereel Centrum, 벨기에

2021    Sandford Underground Research Facility, 사우스다코타, 미국



주요 수상 및 선정

2023    21회 금호영아티스트 선정, 금호미술관

2022    서울로미디어캔버스 작가 선정, 서울

2019    보게슨 레지던시 상금 수여, 미시간, 미국

[전시 설명]

우로보로스의 조각 Altered Existences in Ouroboros


작가 강이경은 현대 도시공간에 드러나지 않는 구조와 표면 아래 숨겨진 세계를 탐색하고 이를 다양한 시각 언어로 실험한다. 그는 GPS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에서 버려진 공간 혹은 지하세계의 암흑물질처럼 현실 속 보이지 않는 공간에 대한 관심을 회화와 판화, 설치 작업으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물리학, 천문학, 지리학 등의 분야와 협업 과정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추출한 생경한 이미지들과 오브제, 건축적 구조물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공간적 사유와 순환의 개념을 새롭게 제시한다. 더불어 가시적인 영역과 비가시적인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확장된 시각적 경험을 유도한다.


[작가-비평가 매칭 프로그램]

하품하는 하늘에서 내리치는 벼락
: 2024년 《우로보로스의 조각들》 전시에서 강이경에게 보내는 글
- 백필균(독립 큐레이터, 소현문 운영)

1km 앞뒤뜰 앞면 우회전입니다.
한국인 작가 K는 지난 역사에서 소개된 적 없는, 가장 오래된 컴퓨터 C를 시동한다. 땅 아래 문명[地底世界]에서 다른 (비)인간이 사용하는 그것에게는 철조 뼈대 일부와 부속물 몇 가지만 남아있다. 사람 키보다 높은 기둥 두 쌍과 그보다 낮은 기둥 두 쌍, 그리고 무릎 아래 높이의 기둥 한 쌍이 바닥에 일정한 간격으로 선 맞춰 서있다. 기둥과 기둥을 잇는 철봉 여럿이 직육면체 격자(grid)를 구축한다. C의 격자와 나란히 철봉에 설치된 전자화면 기기는 뒷면에 전원 장치를 노출한 채 앞면에 K의 무구한 꿈 영상을 반복 재생한다. 허상의 실체와 글리치(glitch)를 출력하는 기기는 가로 세 폭으로 분리되어 좁은 간격에서 좌우로 부드럽게, 또 부단히 움직인다.

왼쪽 차로로 주행하세요.
컴퓨터 C에게 무엇이 프로그래밍 되었지 묻기 이전에 C와 그의 전시실 C²가 나누는 유사성을 살펴본다. C는 C²의 건축을 따라 외부에 회랑 모양을 취하고, C²는 C의 구성을 따라 내부에 삼단 화폭을 배치한다. 격자 너머 웅크린 네온 줄 조명 더미는 핏줄과 넝쿨의 유전을 보이며 자신과 대비적인 철조물의 수평과 수직을 강조한다. 이름 모를 갖가지 광물 원석 여럿, 공간의 내재율을 따라 돌멩이와 돌덩이 모양으로 드러난 뱀의 비늘이 시선과 맞닿는다. 시각적 체계에서 사막 언덕을 나뒹구는 문장이, 숲속 볕뉘를 아로새기는 문단이, 해변 파랑을 접는 문서가 이 행성의 지면 아래 빈 곳에서 문집을 이룬다. 또 다른 집을 펼치는 시간은 우로보로스의 입을 벌려 검고 깊은 어둠에 자신을 내던지는 사잇공간이다. 진리의 육화를 일으키는 K, 강이경에게 C와 C² 사잇공간은 완결하지 않고 기울이는 중이다.

전방에 교통사고 다발 구역입니다.
그것은 또한 결백하지 않고 기다리는 중이다. 전시실 안팎에서 C의 표정과 K의 회화는 시시각각 변할 수 있는 또 다른 존재에 접속하는 경로이다. 일월오악도 데이터-동북아시아 문화사에서 조선 왕실 문화에서만 발견되는 회화-는 강이경의 작업에서 기존 색채, 형상과 다르게 존재하는 동시에 디지털과 물질로 번갈아 변위한다. 그 이미지는 분리되거나 파편화된다. 격자 중심을 벗어나 기획하지 않은 공간을 드러낸다. 반복하고 복제하며 움직임의 흔적을 남기는 불확정적 움직임이다. 층과 층을 중첩하는 불연속적 구조는 레이어끼리의 반발을 촉진한다. 상하좌우전후 끊임없이 해체하는 과업을 수행하는 노질이다.

급회전 구간입니다.
안전 운전하세요. 전시 또는 그외 불완결한 삶에서 전체와 부분이 구조적으로, 시각적으로, 행위적으로 연결되어 자기 상태를 변화시키는 사이 우로보로스의 입속 나무 물고기의 허밍이 들려온다. 아슬한 긴장 가운데 반갑지 않은 평안으로 인도하는 소리는 낮이고 밤이고 눈 감지 않는 목탁 두드림이다. 감각을 증폭하는 오디오 글리치는 명상 가운데 침전하는 의식을 따라 누군가 선회하는 공간을 C의 그림자에 겹치는 중이다. 철조물이 선 바닥, 잔잔한 거울 아래에 뱀의 혀와 송곳니가 잠에서 깬다.

강이경은 불특정한 무리가 관계 맺는 조형에 집중하는 한편, 기성에 반발하거나 대치하기보다 새로운 조합을 추구하는 관심에서 기존 가치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인식한다. 이전 작업에서는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의 가상현실 데이터를 해체하는 출력으로 환상적 이미지의 물질적 글리치를 나타냈다면 최근에 와서 다시 소묘적 묘사와 같은 20년 전 손짓과 근육의 기억을 경유하며 다종다양한 무리에 화해를 추진한다.

잠시 후 1km 앞 과속 방지단속 구간입니다.
우주는 처음부터 하품한다. 해와 달은 임시적 비움과 채움으로 사태를 관망한다. 겉을 허물고 속을 비우는 음양이 오행으로 흐르는 세계에 앞뜰 철조물 너머 뒤뜰 마당에 움직이는 어느 빛무리가 바닷가 등대의 고백을 전한다. 무너지는 탑에 내려앉은 벽 조각이자 표백된 회랑을 점령하는 어느 게 때의 등껍질이 뒤뜰 가운데 표류하는 자를 안내한다. 검고 깊은 어둠은 다음 생에서는 나무 물고기였을 뱀을 기다린다.(강이경은 미국에서 어느덧 10여 년을 체류하며 고국에서의 기억이 까마득하다고 한다.

다음 안내까지 직진입니다.
강이경은 지난 전시에서 정방형 화판을 벽에 비스듬히 세우고 그 위아래로 같은 면적의 다른 화판과 필름 콜라주를 각각 맞붙였다(Space Lag). 틀에 머무는 이미지와 벽에 걸리는 사물에게 움직이는 방향과 눕는 자리를 마련한다. 뒤뜰에 다시 돌아온 그것은 윗판 위에 또 다른 판을 접목하는 확장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추가된 맨 윗판은 천장을 등지고 기울인 자세로 아랫판과 관람자를 대면한다. 회화공간에서 연보라 물방울 패턴이 상부와 중부 사이에, 짙푸른 계단형 윤곽 면이 중부와 하부 사이에 이음새로 위치하고 윗공간 캔버스부터 아랫공간 필름까지 프레임 경계 안팎을 오가는 (불)특정한 흐름으로 등장한다. 독특하면서도 단일한 형태(standard)를 반복하는 표현은 어제의 작가(작업실)와 내일의 관객(전시실)이 서있는(lay) 곳까지, 혹은 그 반대로 차이를 지연한다(delay).

교통변화를 감지 중입니다.
기존 경로로 계속 안내합니다. 머리가 꼬리를 삼킨 몸에서 강이경은 무한 굴레에서 대체적 또는 대안적 무언가를 탐색한다. 세계와 세계가 이어지는 행진(重重無盡), 분절하는 면과 유영하는 선은 어디서 왔는가. 무엇을 복사하고 재생산하는 (비)정상적인 사회에서의 디지털 자본주의를 시각화하는 K와 C의 (비)물질적 조건은 하염없이 강이경의 예술에서 그만의 형식을 풀어낸다. 모든 것을 끌어안는 반의어적인 예술이 완결에 다시 가까워지는 순간, 순환하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