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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작가소개

문주혜 / 2025년 23회

문주혜
moonjh8349@gmail.com
 

2022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 평면조형과 석사 졸업

2019    서울대학교 동양화과/서양화과 복수전공 학사 졸업

 

개인전

2026    크로스헤어 +++ Crosshair +++, 금호미술관, 서울

2024    You Are Here At, WWNN, 서울

2023     SKINCARE ROUTINE, 레인보우큐브, 서울

 

주요 그룹전

2023    Humanism Reimagined: Exploring a New Frontier, WWNN, 서울

2023    《Splendor of the Sun, Galerie du Monde, 홍콩

2022    다시 그린 세계: 한국화의 단절과 연속, 일민미술관, 서울

2022    《MODS: RULE BOOK, 합정지구, 서울

2022    《Crossover, 디스위켄드룸, 서울

  

주요 수상 및 선정

2026    23회 금호영아티스트 선정, 금호미술관 

[전시 설명]
크로스헤어 +++ Crosshair +++


작가 문주혜(b.1995)이미지에 내포된 문화적 코드와 관념을 넘어, 이미지 자체가 불러일으키는 감각의 층위에 주목한다. 그는 이미지를 특정 세계관의 논리를 유지하는 장치로 간주하고, 그 안에 내재한 위계와 도상적 문법을 해체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이미지가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종교화와 게임의 세계관이 동형적 구조를 공유하고 있음을 포착한다. 이를테면 게임 속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해 설정된 인물은 다양한 종교와 신화를 참조하며 고유한 서사를 구축한다. 마찬가지로 종교화에서 도상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특정한 신화적 의미와 교리를 전달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형성된 시각 언어이다. 특히 신격화된 신체의 표현은 게임 속 인물에게 부여되는 버프(능력치 강화)나 신적 위상, 캐릭터성과 자연스럽게 호응한다. 작가는 이러한 서사적 구성 요소를 한 화면 안에서 재조합함으로써 원래의 맥락에서 벗어난 낯선 장면을 만들어낸다. 이 방식은 게임에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움직임이나 오류를 연상시키는 시각적인 효과를 낳으며, 각 이미지에 부여되었던 의미 체계를 잠시 비활성화한다.

이번 전시 크로스헤어 +++ Crosshair +++에서 작가는 이미지에 대한 탐구와 더불어 색이 지닌 상징성에 주목한다. 게임에서의 파랑은 마법이나 에너지 같은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는 반면, 빨강은 체력의 소진이나 위험을 알리는 징후로 코드화되어 있다. 이처럼 '은 이미지가 지닌 관습적 의미를 강화하고 세계관을 직관적으로 감각하게 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하지만 작가는 색의 상징 체계를 교란함으로써 이미지의 위계를 무력화하고, 색이 지닌 신호를 다른 방식으로 읽어내도록 요청한다. <The Last Supper>(2025)는 검정을 주조색으로 삼아 <최후의 만찬>(1495-1498)의 구도를 재현하며, 그 위로 부유하는 노란 박쥐와 붉은 비둘기의 형상은 원작의 상징적 질서를 벗어나 이미지의 위계와 의미망을 새롭게 엮어낸다. 한편 작가는 동양화의 재료인 장지와 안료를 사용해 거친 표면 위에 옅은 물감을 겹겹이 쌓아 올린다. 종이 속으로 스며든 색의 층은 화면에 축적된 시간과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새로운 감각적 표면을 구축한다. 관객은 이미지가 지닌 언어적 규정과 색이 환기하는 감각 사이의 간극을 자각하며 익숙했던 상징 체계가 흔들리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작가-비평가 매칭 프로그램]
비평 - ​셔플과 부활의 서사: 홍이지


문주혜의 개인전 Crosshair +++는 플레이어의 일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FPS(First-person Shooter) 게임에서 화면 중앙에 고정된 조준점(Crosshair)'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조준점은 세계를 바라보는 중립적인 시점이 아니라, 언제나 어떤 대상을 겨냥하고 선택하며 판단을 수행하는 시선의 장치다. 타이틀에 덧붙여진 ‘+++'는 강화와 업그레이드를 의미하는 게임 문법을 차용하지만, 작가에게 이는 단순한 능력치의 상승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는 의미가 아직 고정되지 않은 상태, 판단이 유보된 채 계속해서 중첩되고 확장되는 과정을 가리킨다. 이는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가 끊임없이 선택과 실패, 재시작을 반복하며 동일한 국면을 다른 조건으로 다시 통과하는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문주혜의 작업에서 이러한 반복 구조는 게임의 감각과 연결된다. 그가 즐겨 하는 로그라이크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명확한 결말을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가기보다, 실패와 리셋을 거치며 축적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만 축적되는 경험을 반복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반복되는 선택의 과정 자체다. 작가의 화면에 등장하는 이미지들 역시 하나의 서사로 수렴되기보다는, 반복적으로 호출되고 재배치되며 하나의 상태를 형성한다. 회화는 완결된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판단이 계속해서 유예되는 장으로 기능한다. 이때 이미지는 의미를 전달하는 기호라기보다, 선택과 해석이 잠시 멈춘 채 머무는 지점으로 제시된다.


이번 전시에서 문주혜는 종교화를 주요 도상으로 삼지만, 그것을 특정한 신화적 메시지나 서사로 환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종교화가 지녀온 상징의 견고함을 흔들고, 색과 형상이 다른 의미로 대체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접근은 종교화가 전통적으로 전제해 온 명확한 상징체계라고 할 수 있는 빛의 구원, 색이 지닌 고정된 의미와 긴장 관계를 이룬다. 작가의 말처럼, 흰색은 여전히 절대적인 힘이나 운명에 가까운 흔적으로 남아 있지만, 그 외의 색들은 고정된 상징을 벗어난 채 가변적인 상태로 놓인다. 이는 종교화가 오랫동안 담당해 온 옳고 그름', ‘구원과 타락'을 명확히 구분하는 시선과 거리를 두려는 태도이기도 하다. 문주혜의 회화에서 종교적 장면들은 숭배의 대상이기보다는, 판단이 유보된 상태에서 다시 바라봐야 할 이미지로 제시된다.


이러한 접근은 서사적 연속성과 상징적 변주를 통해 이야기를 구성해 온 전통적인 종교화의 방식과도 연결된다. 지오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그리스도의 생애> 연작에서 동일한 인물은 여러 장면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각 장면은 고유한 감정과 상징을 통해 독립적인 의미를 획득한다. 문주혜는 이와 유사하게 하나의 절대적 진리를 향해 수렴하는 대신, 시험과 선택, 파괴와 회복, 죽음과 부활이 반복되는 상태를 화면 위에 병치한다. 여기서 종교적 사건들은 이미 완결된 기적이나 계시로 제시되지 않고, 언제든 실패할 수 있고 다시 시작될 수 있는 조건으로 놓인다. 동일한 주제와 구조가 반복되면서도 매번 다른 해석을 허용하는 이 방식은 종교화가 지녀온 반복과 변주를 동시대적으로 전유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문주혜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는 점 또한 그의 작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작가에게 게임 경험은 현실과 분리된 가상의 사건이 아니라, 일상적인 감각과 사고 방식의 일부다. 게임 속 이펙트와 UI, 인터페이스의 요소들은 회화 화면 안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되며, 장식적 요소이자 화면을 조직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이는 디지털 이미지를 재현하기보다는, 그것이 우리의 시선과 판단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회화적으로 번역하는 방식에 가깝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항상 조준선을 중심으로 특정한 규칙과 조건 속에서 세계를 인식한다. 이때 조준선은 심판의 도구가 아니라,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 않은 시선의 흔적으로 남는다. 문주혜는 이 조준된 시선이 어떻게 이미지와 세계를 끊임없이 분할하고 재편하는지를 드러내며, 관객을 관찰자의 위치가 아니라 이미 선택과 타격의 구조 안에 놓인 존재로 위치시킨다. Crosshair +++는 게임과 종교화라는 서로 다른 이미지 체계를 겹쳐 놓으며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 얼마나 반복적이고 가변적인지, 그리고 그 판단이 얼마나 쉽게 갱신될 수 있는지 묻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방법론을 한 단계 더 밀어붙여, 이미지 자체보다 이미지를 바라보는 시점'판단의 구조'를 전면에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