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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mho Museum

2기 입주작가 박영길

박영길의 작업은 이러한 풍속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의 한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조선시대 기록화에서 볼 수 있었던 풍속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거닐며 느끼는 것을 현대의 다양한 인물군상을 통하여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풍속적인 요소는 오늘날 우리가 살 고 있는 동시대의 감성과 전통의 조화로 새로운 감흥을 창출해내고 있다. 이는 곧 또 다른 공감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에 있어서 그의 표현적 특징은 각기 다른 지역의 풍경 속에 가상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이들의 행보를 배경의 동선에 대입하여 화면을 조화롭게 연결시킨다는 점이다. 즉, 작가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불특정다수의 인물을 초대하여 자연스레 동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서로 다른 등장 인물과 이질적인 배경의 조화를 통하여 하나의 통일된 화면을 구성하고 있으며 인물들의 상황에 따라서 실제의 정치를 재구성하고 차경을 도입하여 전체적인 화면화면의 조화로 귀결된다. 시선이 한곳에서 머무르지 않고 이동하는 것은 작가 자신이 인상 깊게 느끼고 바라보았던 자연의 경관을 파노라마식으로 연결시키려 함에 있는데 이는 또 다른 생명력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다. 작품의 배경은 작가의 작업실 주변풍경에서 시작하여 서울근교인 서삼릉 주변에 있는 경주마 목장, 용미리 지역의 공동묘지, 강원도 영월의 동강풍경까지 지극히 평범한 공간들로 연결되어진다. 이는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현장 속을 거닐고 이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한편, 서로 다른 인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점의 화면을 전개한 것은 전형적인 원근의 관계로 볼 때 부적합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것은 조선시대 기록화에서 인물들의 상황을 통하여 전체적인 화면의 조화를 이루고 이는 것과 유사한 방식을 차용한 것으로서 '전통적 형식 속에 현대적 표현' 이라는 풍부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박영길은 그 기교적 표현에 있어서도 '공필'이라는 전통적 기법으 고수함으로써 '그리기'의 명분을 지독히 고집스레 유지하고 있다. 비단. 회화나 예술의 의미가 기교적인 측면이나 전통적인 방향으로 국한되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있으나 '현대'라는 미명하에 '개념'이 난무하는 오늘날 화단을 볼 때 젊은 작가의 고집스런 집착은 갈채의 대상이 된다. -김지호 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