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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전시안내

구성안 개인전: 지워짐의 조건

지워짐의 조건 The Conditions of Erasure

나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보다 그것이 사라지는 과정에 관심을 가져왔다. 천 위에 남겨진 안료는 반복적인 씻어냄과 시간의 개입을 통해 점차 소멸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워짐은 흔적을 제거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무엇이 끝내 남게 되는가를 드러내는 과정이 된다.
 

이번 전시에서 지워짐'은 결과가 아니라 하나의 조건이다. 물과 시간, 반복, 중력, 물질의 성질 등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며 소멸과 잔존의 경계를 형성한다. 작품은 특정한 이미지 재현이 아니고 이런 조건들이 만들어내는 상태를 보여준다. 천은 씻기고, 접히고, 늘어지며, 더 이상 회화의 지지체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시간의 흔적이 머무는 장소이자 변화하는 물질로 존재한다.
 

전시는 거의 없음', ‘약간 남음', 그리고 패치워크로 구성된 남겨진 구조'로 전개된다. 관람자는 사라짐과 잔존이 공존하는 상태들을 통과하며, 지워짐 이후에도 남아 있는 존재의 조건을 마주하게 된다. 패치워크는 복원이나 치유의 상징이 아니라, 사라짐 이후에도 남겨진 조각들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구조로 제시된다.

지워짐의 조건은 흔적에 관한 전시가 아니다.

그것은 무엇이 남는가를 말하기 이전에, 무엇이 사라질 수 있는가를 묻는 전시이다.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 존재가 변화하고 지속되는 방식에 대해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