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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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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 Journey, Silent Traces - 마음이 닿는 순간들에 대하여

박민희 개인전 Long Journey, Silent Traces - 마음이 닿는 순간들에 대하여
2026. 6. 11 - 6. 21​


박민희 작가노트

어떤 대상과 함께 머물 때, 때로는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과 기운의 흐름을 느낀다. 화면 속 새와 개, 버섯, 이름 모를 들풀들은 어떤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한 상징이 아니라, 마음에 머물렀던 감흥이 차곡차곡 겹쳐져 나타난 존재들에 가깝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잎과 유기적인 형태들은 자연 속 대상인 동시에 감정의 매개체이며, 내가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일깨우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감각을 불러낸다.

 

선명한 채색과 부드럽게 번지는 색의 층을 통해 대상의 외형을 묘사하는데 머물지 않고 생명체가 지닌 연약함과 따뜻함, 강인함을 담아낸다. 화면에 스며든 분홍색과 먹색, 옅은 녹색들은 실제 자연의 색이기도 하지만, 기억 속에서 변형된 내면의 색채이기도 하다. 여러 겹의 종이 위에 중첩되는 형상들은 마치 기억의 파편처럼 쌓이며, 현실과 환영의 경계를 흐트러뜨린다.

 

나의 작업은 특정한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는 오래 바라볼 때 비로소 드러나는 감각의 흔적에 가깝다.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형상들은 화면 안에서 조금 다른 결로 머물고, 그렇게 또 하나의 조용한 세계를 이루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