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광현
조광현 개인전 《거품그물의 연대기 The Chronicle of Bubble Net》
2026. 6. 11 - 6. 21
김수진 (미술평론가 / 철학박사)
이번 전시는 지난 20여 년간 해양생태 연구자로서 수중세계의 경이로움을 기록해 온 조광현 작가의 신작을 선보인다. 바다 생명체의 신비한 생태를 추적해 온 그의 긴 여정은 이제 물과 바람의 속성을 파고드는 근원적 탐구로 이어진다. 작가는 “물의 정령들”이 숨쉬는 바다를 넘어, 지구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우주론적 사유가 응축된 새로운 회화의 장을 펼쳐 보인다.
전시 타이틀 ‘거품그물(Bubble Net)'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고래의 생태적 본능에서 얻은 영감을 원시 지구의 생명 탄생을 추동했던 근원적인 현상과 결합하여 화면 위에 풀어낸다. 대표적으로 이번 신작 <물불바람거품세상>과 〈숨비 메아리〉 같은 대작들은 생명의 시원과 우주의 역사가 거품의 물성과 어떻게 긴밀하게 맞닿아 있는지를 회화적인 필치로 가시화한 것이다.
작가의 시선은 단순히 바다라는 풍경에 머물지 않고, 대기와 우주적 에너지 그리고 원시 지구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흔적을 추적한다. 이는 생명 발생이라는 확장된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미적 사유의 여정이다. 이번 전시 《거품그물의 연대기(The Chronicle of Bubble Net)》는 생명의 기원을 향한 과학적 탐문을 미학적 층위로 응축해 내며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다. 나아가 광막한 해양에서 파도와 거품이 빚어내는 ‘물(物)의 형이상학'은 캔버스 프레임을 넘어 지구 역사의 비밀을 품어낸 생태 서사시로 자리 잡는다.
대형 화면 너머로 바라보는 심해는 단순한 풍경을 넘어 물(物)의 기원을 사유하는 공간으로 확장된다. ‘거품그물'은 생명의 궤적이 새겨진 형이상학적인 구조다. 화면에 광활하게 전개된 거품의 형상들은 만물의 생명력을 품어낸 지형도와 같으며, 이는 보이지 않는 관계망 속에서 얽혀 살아가는 우리 삶의 방식과 닮아있다.
디지털 매체가 고도화된 오늘날, 조광현의 회화는 역설적으로 예술의 본래적 가치를 환기한다. ‘거품그물'에서 잉태된 생명 서사는 작가 실존이 각인된 생생한 붓질을 통해 공간을 장악하며 현전한다. 아울러 회화 고유의 시각적 감흥을 전하는 동시에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미학적 가치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