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지원
2026 금호영아티스트 2부
2026 KUMHO YOUNG ARTIST Part. 2
2026. 4. 24 – 5. 31
1F 최지원 《글레이즈드 피버 Glazed Fever》
작가 최지원(b. 1996)은 매끄럽고 장식적인 사물에 주목해 긴장감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장면을 그린다. 그는 19세기 유럽에서 만들어진 도자기 인형(China Doll)을 이질적인 맥락 안에 배치하여 낯선 조형적 대상으로 변모시킨다. 고전적인 얼굴과 현대적인 의복, 입체적인 명암과 평면적인 색면, 동양의 기물과 서구의 사물, 살아있는 것과 박제된 것 등 상반되는 요소들이 화면 위에 공존하며 긴장감을 더하고, 매섭도록 정교하게 묘사된 표면은 사물을 눈으로 더듬는 듯한 촉감을 자극한다. 작가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도자기라는 사물에 현대적인 외양을 덧입히려 시도하기보다는, 사물의 형태와 표면을 매개로 그 안에 응축된 서사를 가시화하려 한다.
이번 전시 《글레이즈드 피버》에서 작가는 인형의 얼굴을 크게 확대해 화면을 압도하는 스케일로 제시하며 단단한 표면 아래 잠복해있던 열감을 끌어올린다. 글레이즈드(glazed)는 윤이 나는 도자기의 질감을 묘사하는 동시에,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인형의 멍한 표정을 가리킨다. 테라코타 빛으로 물든 인형의 얼굴은 뜨거운 열을 통과한 뒤 굳어지는 도자기 본연의 물성을 연상시키며, 차갑게 식어 있던 존재가 다시 열기(fever)를 마주한 상태를 드러낸다. 작가는 이 열기를 물리적 온도에 국한하지 않고, 어떤 대상에 대한 집착과 열망이 만들어내는 정서적 온도로 확장한다. 화면을 가득 메운 난초에는 그러한 욕망의 역사가 담겨 있다. 여기서 작가는 19세기 영국에서 나타난 ‘난초 열병(Orchid Fever)'을 참조한다. 식민지에서 온 이국적이고 관능적인 식물은 빅토리아 시대의 수집가와 탐험가들에게 수집 광풍을 불러일으켰으나, 난초 수집과 연구는 대개 남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기에 여성의 참여는 제한적이었다. 작가는 이러한 역사 위에서 여성이 난초를 소유하고 바라보는 모습을 상상한다. 난초 앞에서 붉어진 인형의 얼굴은 억제되었던 욕망이 표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을 포착한다. 먼 이국에서 유럽으로 건너가 수집의 대상이 되었던 도자기 인형과 난초가 화면 속에 나란히 놓이며 서로를 응시하고, 그 사이에서 우리는 아름다움과 욕망,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고 소유하려는 시선의 역사를 함께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