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정
2026 금호영아티스트 2부
2026 KUMHO YOUNG ARTIST Part. 2
2026. 4. 24 – 5. 31
3F 정수정 《하얀색 운동화: 죽음도 좋지만, 그러면 사랑이 없잖아 White Sneakers: Death Is Fine, But Then There is No Love》
작가 정수정(b. 1990)은 현실의 사건에 기반을 두고 상상해낸 낯설고도 익숙한 세계를 회화에 담는다. 작가는 모험담과 신화, 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서사로부터 수집한 이미지를 해체해 새로운 장면으로 재구성한다. 그의 회화에서는 여성 인물과 자연의 생명체들이 뒤섞여 통제할 수 없는 생명력을 분출하고, 상반되는 에너지들이 충돌하며 역동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고전 회화의 형식과 소재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작가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한 트로니(Tronie)를 변용하여 정체성이 특정되지 않는 보편적인 인물을 제시하고, 서사의 단서만을 남긴다. 강렬한 색채와 밀도 높은 붓질로 채워진 화면 안에서 인물과 배경의 경계는 흐려지고 하나의 의미로 고정되지 않는 열린 이야기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 《하얀색 운동화: 죽음도 좋지만, 그러면 사랑이 없잖아》는 삶의 역동성과 죽음의 정지성의 대비를 축으로 전개된다. 전시 제목은 레오 카락스의 영화 <홀리 모터스>(2013)에서 차용한 문장으로, 생이 멈춘 이후 지속될 수 없는 감정에 대한 인식은 역설적으로 살아 있는 동안 그것이 지니는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작가는 이러한 사유에서 나아가, 죽음에 관한 개인적 경험과 동시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교차시켜 삶과 죽음이 맞물리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전시장 입구의 회화는 인간과 가까운 동물이 죽음을 감지하는 본능적 움직임을 긴장감 있게 드러내고, 일렬로 늘어선 이미지의 단편들이 마치 거대한 이야기의 전조처럼 놓여 있다. 전시의 중심에는 너비가 10미터에 이르는 대형 회화 <하얀 운동화들>(2026)이 자리한다. 인물과 자연의 형상이 서로를 향해 밀려들며 충돌 직전의 긴장 속에 놓여 있고, 화면 곳곳에서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긴박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화면 상단에 걸린 하얀색 운동화는 멈춰버린 발걸음을 암시하는 동시에, 떠난 이의 흔적 속에서 남겨진 이가 계속해서 살아가야 할 시간을 환기한다. 이러한 장면은 죽음을 삶의 반대편에 위치시키지 않고, 오히려 우리의 삶 내부에서 작동하는 또 다른 운동성으로 바라보게 한다. 전시는 끝을 알면서도 계속 이어지는 삶의 시간 속에서, 사라진 이후에도 남겨지는 감정과 기억을 되짚도록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