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자연
김자연, 내부적 경험을 통한
김자연의 회화는 우리가 좋은 것을 보면 마음이 두근거리듯이 그의 그림도 자연에서 받은 두근거림을 담고 있다. 화면에 등장한 이미지들이란 식물의 잎새, 줄기, 나뭇가지에서 착안되었다. 그런데 그 이미지들은 <서식지>에서 보듯이 잔잔하고 섬세한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투박하고 생경하며 호방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나뭇가지와 잎새가 요동치며 격동하는 그런 드라마틱한 광경이 연출된다. 그런가 하면 매스로서의 색채를 배치시켜 수림(樹林)에 둘러싸여 있을 때처럼 잔잔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색과 필치의 배합만으로 다양한 연상과 표정을 자아내는 셈이다. 기본적으로 그의 작품은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생명의 소리'란 침묵을 깨우는 소리이고, 어둠에다 빛을 주며, 아름다운 실재와 호흡하고 교감하는 것을 말한다. 그 소리는 경이로움과 환희를 주며 우리에게 밝고 힘 찬 소망의 빛을 안겨준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생명의 소리를 담은 음반'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턴테이블에다 그림이라는 음반을 올리면 언제든 쾌청하고 푸르며 희망찬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그의 회화의 원천은 유년시절에 누린 자연과의 접촉 속에서 배양되었고, 중년(重年)에 들어서는 본향의 동산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또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사물과의 접촉 속에서 시작된 그의 작품세계는 사물 자체에 머물지 않고 외부로 향하는 내면에서, 자기 안에서 끌어내는 어떤 것으로 성장해왔다. 자연의 기억과 소망의 눈으로 바라본 본향에 대한 갈망이 화면 속에 마치 실내악의 이중주(二重奏)처럼 서로 다른 음색을 내면서도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근사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서성록 (미술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