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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전시안내

경계 없는 풍경

풍부한 색감과 두터운 마티에르를 특징으로 자연, 역사 유적, 도시 풍경을 그려온 이장우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유럽과 한국의 아름다운 정취를 담은 풍경 회화를 선보입니다. 작가는 국내외 여행을 통해 수집한 기억과 감각의 단편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하여 화폭에 담아냈습니다. 피사의 사탑, 베네치아처럼 익숙한 장소는 물론, 베차노 리구레, 생폴 드 모솔 수도원처럼 다소 낯선 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풍경이 화면 위에 펼쳐집니다. 그는 풍경의 사실적인 재현을 넘어, 특정 장소에서 경험한 빛과 공기의 밀도, 분위기를 촉각적이고 물질적인 언어로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 미술에서 풍경 회화가 지니는 미적 가치와 조형 언어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풍경은 단순한 자연의 배경이 아니라, 시대의 감성과 개인의 기억, 감정 이전의 감각인 ‘정동(affect)'까지 담아내는 복합적 매개체입니다. 이장우 작가는 이러한 풍경 회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특정 장소를 ‘지금, 여기'의 감각으로 불러와 새로운 시각과 사유로 풀어냅니다. 이는 기억과 감성,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회화적 실험이자, 관람자 각자의 내면과 감각을 환기시키는 예술적 여정이기도 합니다.

2017년 가나인사아트센터 개인전 이후 강릉의 풍경을 주로 그려온 작가는 최근 유럽 여행을 통해 작업의 지리적 범위를 확장하였습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인류의 유산에서 받은 영감은 색채와 양감, 질감 등 회화적 요소에 깊이를 더하며, 이번 전시에 이르러 더욱 풍성한 화면으로 구현되었습니다. 여행과 감각, 기억의 재배치를 통해 다시 만난 세계. 이장우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는 이번 전시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 속에서 우리 각자의 감성과 기억을 발견하는 계기를 선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