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경
종이꽃, 그물, 매듭이 있는 일련의 풍경 연작으로 전개되어 온 이나경의 작업은 일상 주변에서 맞닥뜨린 마른 꽃과 풀잎, 매듭처럼 똬리를 튼 식물 줄기, 버려진 철망과 학교 운동장 축구 골대의 뜯어진 그물망과 같은 소소한 사물들의 이미지를 추상 회화 안으로 길어 올린다. 주변부의 잉여 존재를 추상화, 개념화하여 작품 내부의 중심으로 견인하는 이러한 작업 태도는 인다라망과 연기의 철학을 맞물리게 하면서 부분/전체, 구조/탈구조뿐만 아니라 실재/허구, 자연/인공, 평면/입체, 내용/형식, 추상/구상, 물질/정신 그리고 삶/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상호 연결된 세계관을 탐구하고 시각화한다. 이 연결의 세계에는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촉지가 가능한 바람과도 같은 미묘하고도 유연한 움직임이 작동한다. 따라서 종이꽃, 끈, 매듭, 그물의 이미지를 탐구하는 이나경의 풍경 연작은 거시적으로는 오묘한 우주의 질서를, 미시적으로는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삶을 은유한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작가 이나경은 오랜 조형적 성찰과 실험을 통해 근 십여 년 만에 개인전을 선보인다. 종이꽃처럼 흥미롭게, 끈과 매듭처럼 긴밀하게, 인다라망이라는 그물처럼 넓고 깊은 사유를 통해 바람처럼 유연한 움직임의 미학을 펼쳐 보일 이나경의 개인전 ‘바람, 그 너머의 풍경'이다. 그리기와 비우기, 감추기와 드러내기 등 무한한 대비적 속성을 회화의 순수 요소가 남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중첩시켜내는 ‘풍요로운 풍경'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