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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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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의 노래

불꽃의 노래

Song of the Flame


신으로부터 불을 훔친 의적 프로메테우스 신화에서부터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우주의 본질적 형상은 불이라고 정의한 이래 불은 인류의 삶의 본질이 되었다. 신농이라는 별칭으로 남방 세계를 다스리는 염제 인면수신의 축융. 선덕여왕을 사모하다 불귀신이 된 신라의 지귀 등 나라마다 불귀신이 전설과 신화로 상상력의 모태가 되기도 한다. 

삶은 슬픔, 기쁨, 분노의 연속이기에 문학의 핵을 이루기도 하고 예술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사람들 가슴마다 불씨를 안고 살기도 하고 불씨를 찾기도 한다. 한과 화병은 불씨에서 시작되어 한국인의 보편적 심성이 되었다.

예술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불의 개념은 방화(放火)와 실화(失火)의 차이에서 부터다.

불을 지른다는 것은 자신이 살던 억울하고 서러운 세계와의 ‘단절'을 선언하는 엄숙한 의식이고, 불을 태우는 행위는 관습과 규범에서 저항하는 ‘운동'이다. 불태우는 것은 파괴이지만 그 속에서 창조가 일어날 수 있기에 어느 쪽을 보느냐에 따라 빛과 어둠이 될 수 있다.

실로 순식간에 눈앞의 한 세계가 사라지면서 또 하나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환각은 유(有)를 무(無)로 변환시키는 불의 속성이다. 이질적인 것은 조금도 용납하지 않고 접합하는 것들을 사정없이 그 자신과 동화시켜버리는 순수함. 불꽃을 나누면 분리될 수 있지만 아무리 나누어도 원래의 불꽃과 닮게 되는 마법적 통일성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기에 회화적 미덕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