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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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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 속에 무한의 꿈이 살고


“십장생”, 의외로 중국과 일본의 문헌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 소재를 통해 우리의 염원에 내재하는 영속성에 대해 표현해 온 김근정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현세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근대적 고민을 넘어 어떤 경계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자아를 표상한다. 세상을 새롭게 인식하고 묵묵히 실천함으로써 고단함을 해소하려는 태도가 반영된 제목 “Solo Climbing”이 추구하는 극복 의지와 과정은 자유를 향한 강인함을 재현한다.

작업에서 느껴지는 ‘담담함'은 조용한 폭발이며, 일종의 소회 감정이다. 그것은 ‘물들임'과 ‘올림'의 과정 안에 절제미와 과감함을 동시에 담아냄으로써 표현된다. 염료가 실크에 최대한 흡수되도록 무수히 반복되는 붓질이 필요하고 일정량이 채워지면 멈춰야 한다는 기초 작업은 흡사 우리 삶의 유한성을 닮았다. 그런가 하면 캔버스의 여백이 인식적으로는 사각의 틀을 넘어 확장성을 구현하며 자연 지향적 태도의 무한성과 상통한다.

이렇듯 유한 속의 무한을 향하는 인간의 생명력을 우리는 ‘꿈'이라 일컫는데, 꿈은 그 사람 고유의 정체성과 경험을 반영하는 동시에 정체불명의 무지와 공포, 부담감을 짊어진 채 오늘도 우리 삶을 스쳐 지나간다. 적당한 거리에서 응시하는 일상 그 자체로서, 추상적 현상을 넘어 생물처럼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영원의 갈망은 자생력을 갖추고 각자의 의지 안에서 매일 실천되는지도 모른다.

글/ 배민영(예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