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금호미술관

전시안내

다이나믹한 공감

 양혜숙 개인전
《다이나믹한 공감 DYNAMIC SYMPATHY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의 풍경, 내가 살며 호흡하는 주변의 모든 대상이 나의 작업의 소재가 된다. 평범한 소재들이 평범함을 넘어서, 모호함으로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그들(평범하고 일상적인 대상들)은 때로는 비밀스럽고 수수께끼 같거나, 익명성의 껍질을 벗어내고 내러티브를 발산하는 대상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들은 보는 이의 감정에 따라, 아름답거나 불안감을 야기하기도 하며, 논리로 설명하기 힘든 현실의 여러 상황과 대상들 사이의 묘한 관계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번에 진행하는 전시는, 해변가 주변으로 끊임없이 지어지는 고층 아파트와 상가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풀숲과 공사 잔해들, 널부러진 파이프들 사이로 삐죽삐죽 솟아오르는 들꽃들, 그리고 그들이 뿜어내는 묘한 생명력, 가끔씩 보이는 야생 동물들의 불안함과 그 안에서 여전히 건재하는 생명의 존재감 등 복합적이고 역동적인 감정을 재현하고자 한다.

작품의 제작에 사용되는 주 재료는 한지에 토분과 안료, 목탄 등이다. 미색의 순수한 한지에 토분을 쌓아 올려 만들어지는 재질감과 따뜻한 색감이 안정감을 주고, 내가 즐기는 목탄을 이용한 드로잉은 거칠은 생명력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이다.

 

나는 화려한 풍경Gorgeous Landscape 이라는 타이틀로 십수년 동안 작업해 오고 전시 활동을 펼쳐 왔다. 나의 풍경들은 사실 화려하거나 대단하지 않다. 그다지 멋스럽지 않은 초라하기까지 한 흔한 평범한 풍경들이었다. 하지만 내면에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 한 풍경들은 나에게 의미가 되고 멋진 소재가 되어주었다. 나는 나의 작업에 있어서 그것의 전달과 예술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것 같다. 그런데 지금에서 느껴지는 것은 예술은 논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술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잠시 쉬어가며 과거와 현재의 자신과 대면하게 하는 것이며 찰나의 따듯함을 발견하게 해 주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