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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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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익진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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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뚫는 힘
 

최익진의 작업은 감각적이다. 거대한 스펙터클이 눈 앞에 펼쳐지면서 무언가의 웅성거림이 들리는 듯하고, 나를 찌르려는 듯 다가오다가도 이내 쿰쿰한 냄새와 여운을 남기고 사라져 버린다.
, 염료, 목탄, 석회, 자연석, 무늬 목편, 고무판, 거울 조각 등과 같은 이질적인 재료들이 서로 뒤엉키고 서로를 밀쳐내는 그의 예술은 이렇게 우리의 감각을 곤두서게 한다. 관객의 심리적 안전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의 힘찬 공간 속의 드로잉'은 우리의 공간을 점유하고, 그곳의 원래 성질을 재빠르게 훔쳐서 달아날 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가 그리는 ()'은 공간의 균열이다. 유리의 균열이 유리의 인식론적 성질을 바꾸듯이 그의 거칠고 날카로운 균열은 일상적 공간의 성질을 바꾼다. 그의 작업 앞에서 우리는 느낌'의 대가로 현실을 도둑맞는 것이다.
감각적인 것을 이용해서 오히려 우리의 현실감각을 무력화하는 최익진의 조형능력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평면작업도 마찬가지이다. 그가 보여주는 평면의 균열도 회화의 고정된 이차원성을 떠나 공간성을 획득한다. 균열들 중간마다 자리 잡은 흑경(黑鏡)도 우리의 세계를 반사하는 동시에 평면에 구멍처럼 비워진 공간으로 보이면서 우리를 다른 차원의 세계로 인도한다. 공간주의자 폰타나(Lucio Fontana, 1899-1968)가 이차원성과 삼차원성의 공존을 이룩했다면, 최익진은 우리의 감각을 혼란스럽게 하며 전혀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연다.

 

이 재 걸(미술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