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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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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이영 개인전
​코스모스  Cosmos


코스모스 시리즈는 우주의 생성원리를 만다라형식으로 해석해 놓은 상징적인 그림이다. 이 그림의 기하학적 형식은 수학적 엄밀성을 유지하고, 그 형식 안에는 감각적, 물리적 현상 너머의 추상적 관념이 투사되어 있다. 이 형식과 내용의 결합은 자기 완결적 존재로서의 우주를 상징하며 그 완전한 형상으로 인해 인간의 마음이 그려낸 질서의식을 암시하기도 한다. 이 관념을 형상화하기 위해 한지로 오려낸 한글을 자음과 모음으로 해체한 후 중첩하여 붙인다. 이때 자모음으로 조각난 한지들은 억겁의 세월을 순환하는 윤회의 원리가 되고 이들의 중첩, 즉 만남은 그 윤회 끝에 만나게 된 인연을 떠올리게 한다.

 

평면의 화면 중심에는 함몰된 반구가 있다. 균열된 금박으로 덮인 반구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생명이 얽히듯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도형이 나타난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색을 보이던 이 반구는 어느 순간, 하나의 빛으로 폭발한다.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 다양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 변화 자체가 본질의 속성 아니던가...

 

반구 밖으로는 경전의 내용이 자음과 모음으로 해체되고 다시 중첩된 언어가 동심원을 이룬다. 그 동심원의 음영은 미묘한 깊이와 여운이 되어 우주로 공명하며 퍼져나가는 것이다.

 

작품 하나에 경()이 한 권이다. 작가는 색채와 조형으로 사경을 하고, 음영과 여운으로 독경을 하며 소통을 꿈꾸고 있다. 무수한 행위의 축적이지만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아니하고 경전의 말씀만 담아 구조적인 형태의 우주를 표현하였다. 최소한의 형태인 기하학적 도상만 남긴, 극도로 단순한 추상이자 건축적 견고함과 의지의 굳건함만 남긴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