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김경숙 개인전
《Asian Cityscape》
2021. 10. 28 - 11. 07
도시의 이미지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표현한다면 _ 김경숙
도시의 이미지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도시의 모든 역사적, 문화적 특성, 도시를 대표하는 건물, 사람들과 자연을 한 화면에 담아, 하나의 프레임으로 그 도시를 파악할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나의 오랜 숙원이었다. 해외 도시를 여행하면서 도시마다 정체성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은 큰 행복이었다.
한 도시를 대변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한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 중에서 나는 그 도시만의 특색이 묻어나는 고층 건물, 서민 주거지역, 역사적/문화적 건축물, 식생을 선정하였다
대상 도시를 선정한 기준은 먼저 해외여행객이 많이 찾는 10대 아시아-태평양 국가(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마카오,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대만)를 선택하고 거기에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나라(베트남, 몽골)를 더하여 총 12개 국가로 목록을 만든 후 각국의 수도를 채택했다. 실제 촬영은 2019년 3월 1일에 시작하여 2020년 2월 2일까지 10개국을 촬영을 끝냈고, 대만은 팬데믹으로 인하여 촬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2021년 6월 30일까지 서울 촬영을 계속하여 11개 도시를 각각 한 화면에 압축한 작품을 완성하였다.
대도시의 주거공간은 인구증가 및 집중화 현상으로 고층건물이 등장함에 따라 전통적인 주거 양식을 간직한 마을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 고층건물은 도시에 세워지는 순간 공공성을 띄게 된다. 현대화된 도시를 상징하는 고층 건물과 상업지역을 프레임의 윗부분에 배치했다.
서민 주거지역에는 동남아의 가장 열악한 주택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합판, 함석판, 슬레이트를 사용하여 거의 비슷한 양식으로 지은 집들이다. 나는 그 지역의 전통양식을 고수한 서민 지역을 각 도시마다 촬영하여 프레임의 아랫부분에 배치했다.
상부의 현대적 상업공간과 하부의 전통적 또는 서민 주거공간 사이에, 즉 사진의 중앙에 위치한 건물은 역사적이거나 문화적인 건물로 그 지역 사람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또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한다고도 하겠다.
도시는 사람이 모여 사는 장소이다. 근대 이후로 도시는 과밀화로 인해 공간은 점점 수직화되고 인간성은 황폐해지는 경향이 있다. 근대도시는 그 영역을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으로 분리하여 출발하였다. 도시의 풍경을 만드는 것은 도심의 초고층건물과 변두리의 저소득층 주거지역이다. 초고층건물은 도시디자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한 도시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자 그 지역의 발전상을 나타내는 랜드마크이다. 반면 저소득층 주민들은 서로 품앗이를 하고 가진 것을 베풀며, 유익한 생활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도시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는 현재 상황에서 진정 귀한 것은 무엇일까? 사람이 있는 풍경, 사람이 있는 도시야말로 진정 훌륭한 도시다. 그래서 도시를 움직이는 인간들의 활동에 활력이 없어진다면 이에 대한 재생이 필요하다.
각 도시만의 특징에 따라 적합한 주거 양식이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여러 형태의 삶이 공존하고 그런 공존에 적합한 주거 양식에도 좀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것이 나의 희망이다. 호화로운 고층 건물이든, 소박한 서민형 건물이든 모두가 도시에 중요한 일부이고, 도시인의 삶을 이루는 유기적 요소이다. 내 작품의 상부와 하부 풍경처럼 사람들의 삶과 그를 담는 집이 점점 양극화되는 현상이 조금이라도 줄었으면, 그래서 작품에서 보듯 반대적 요소들이 나름 조화롭고 아름답게 어우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