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희킴
2018 KUMHO YOUNG ARTIST
2018. 2. 23 - 4. 1
지희킴 Jihee Kim
가장 격렬한 것부터 가장 은밀한 것에 이르기까지
From the most intense to the most secretive
지희킴 작가는 책으로부터 파생되는 사고와 기억을 연쇄적인 드로잉과 감각적인 서사로 풀어낸다. 버려지거나 기부받은 책을 이용한 북 드로잉 작업을 지속해 온 작가에게 이러한 작업의 형식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의 탐색은 주요하고 유효한 지점이지만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흘러 넘치는 기억-이미지 자체에 보다 초점을 맞추었다. 작가는 잠재된 기억을 이끌어 냄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만나 또 다른 서사로서 작동하게 되는 과정을 보이고자 하며, 관람자에게 기억의 숲으로 들어서 주기를 청한다.
작가는 잠들어 있던 기억의 순간을 불러내고 수집하여 ‘중첩'과 ‘교차', ‘윤색'을 거듭한 기억의 풍경을 그리고, 끄집어 낸 기억-이미지들은 현재와 교차하면서 새로운 의미와 맥락을 생성한다. 전시는 기억과 또 다른 기억이 연쇄되며 새로운 이미지로 변화되는 모습을 과감한 대형 드로잉으로 선보이며 평면의 드로잉들은 3차원 공간 안에서 유연하게 입체적으로 뒤섞이며 더욱 적극적으로 서사를 만들어낸다. 또 한편 관람자는 작가의 사고 속에서 기억이 드로잉 이미지로 귀결되는 과정을 은밀히 들여다보게 된다. 서랍을 열어 숨겨진 작가의 기억-이미지와 조우하는가 하면, 흘러 내리는 이미지와 함께 녹아들어 기억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책에서 선택한 특정 페이지의 특정 단어로부터 기억의 연상을 거듭하여 포착한 인상과 감정을 페이지 위에 그린 북 드로잉 작업과 이때의 기억의 연쇄작용을 시각적으로 펼쳐보이는 영상을 함께 제시한다. 영상을 통해 관람자는 작가의 기억이 드로잉으로 몸을 바꾸기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사고의 과정 또한 확인하게 되며, 쓸모를 다해 버려진 책은 작가의 손에서 완전한 죽음을 맞이하는 동시에 새로운 물질적 삶을 획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