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아
오경아 OH, KYUNG A - 생명도시Ⅲ CITY OF LIFEⅢ
2015년 금호미술관과 2016년 레스빠스 갤러리에서 열린 <생명 도시>와 <생명도시 II>는 예술작품의 구조와 형상은 생명체처럼 유기적 구조와 형태를 갖고 있다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생명체와 기계, 그리고 건축물이 공존하는 도시를 표현했다. <생명도시 III> 역시 이러한 개념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으로서 유기적 생명체와 건축의 연관이라는 개념을 더욱 확대하여 건축물 자체가 갖고 있는 유기적 질서를 표현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회의 전반적인 컨셉은 서양 건축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 신전에서 느꼈던 유기적 질서와 소통의 의미, 그리고 신비감을 종교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 현대인의 삶이 집약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현대 도시에 재현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모티브인 그리스 건축의 기둥은 원래 생명체에 그 근원을 둔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기둥을 하나의 나무로 보았으며 원주는 나무의 몸통을, 주두 부분은 나무 잎사귀들의 형태를 표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 건축의 기둥은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가 주장했듯이, 신체의 비례와 연관이 있다. 이처럼 그리스인들은 나무와 신체 등 생명의 디테일을 석재 건축에 표현함으로써 건축이 자연의 일부이자 연장임을 보여주었다. 또한, 기둥은 열린 공간을 의미한다. 현대의 건축에서는 기둥이 단순하고 기능적인 형태만을 취하며 아예 벽의 일부로 숨어버려 외부와의 단절이 강조될 뿐이다. 반면, 고대 그리스의 신전들은 신과의 자유로운 소통을 위하여 벽이 없이 기둥만을 사용한 열린 공간으로서 계획되었다.
이처럼 형태 면에서 그리스 건축의 모습을 빌려와 건축물과 생명체의 유기적 공통점과 소통이라는 주제를 표현한 위에 현대 도시의 건축물들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혼합하여 하나의 평면 위에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번 작품들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는 선이나 형태보다 색채다. 각 작품의 형태들은 드로잉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단순화된 선과 면을 사용하여 기하학적 형태와 이미지의 복제로 표현되었다. 반면 색채의 다양한 사용과 배치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일반적인 색 뿐만 아니라 형광색(luminous color)을 사용하였는데, 형광색을 사용한 의도는 인공적이고 도회적인 느낌을 줌으로써 도시를 표현하는 한편, 형광색이 갖는 신비로운 느낌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형광색 위에 놓여진 색의 면들이 더 빛을 발하고 도드라지게 보임으로써 작품의 입체적이고 신비한 느낌을 더욱 강화시킨다. 이 두 종류의 색은 서로 이웃하면서 자연과 인공, 과거와 현재, 밤과 낮의 대비되는 주제의 공존을 표현한다.
이처럼 <생명도시 III>은 그리스 기둥에서 따온 이미지 위에 현대 도시의 건축물들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혼합함은 물론 다양한 색의 사용과 배치를 통해 하나의 평면 위에 건축물과 생명체, 과거와 현재 등 여러 상반되는 주제의 공존을 표현하고자 한다. 아울러 이번 전시를 통해 외부와 소통하는 열린 건축의 세계를 회화 속에 구현함으로써 새로운 접속과 창조의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는 생명의 표상 체계를 구축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