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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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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두빈 개인전 - 역사와 문명의 반성

임 두 빈 개인전 - 역사와 문명의 반성

 

 

 

임두빈 개인전 프리뷰 _ 임두빈 (화가,단국대학교 교수), 정나연 (A&C 기자) 

 

정나연:금호미술관에서 여는 이번 개인전(11.11-21)에서는 어떤 예술세계를 선보이실 예정인가요?

 

임두빈: 이번 전시의 주제는 역사와 문명에 대한 반성입니다. 인간은 역사를 이루어 오면서 세계 도처에서 찬란한 문명을 꽃 피웠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문명이라 하는 것이 진정으로 인간을 향상시키고 행복하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더 불행으로 몰았다고 볼 수 있지요. 인간이 쌓아 온 지식이 과연 인간을 진정한 삶의 행복으로 인도 했던가요?  지식은 탐욕의 도구였을 뿐입니다. 지식이 진정 인간을 해방시킬 수 있을까요? 지식은 그것이 어떤 고차적인 지식이든 결국 분별지(分別智)의 소산일 뿐입니다. 따라서 그 차원에선 대립과 싸움이 그칠 수가 없는 것이지요. 분별지의 지식만으로는 결코 진리를 체득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실은 현대의 서구문명 전체가  그런 한계에 봉착해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날 서구의 철학이 회의주의에 빠져있는 이유도 근원을 들여다보면 그런 한계 때문이지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이 세계가 문명은 발달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힘의 논리가 세계를 지배하고 싸움은 그치질 않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정신적인 문제점에 봉착해서 불안 해 하고 갈등을 겪으며 자기 자신 조차도 여유 있게  들여다보지 못하는 황폐된 상태에 처해 있습니다.  오늘날 인간이 이룩한 지적 문화적 성과들은 현대인의 내면 문제를 해결하는데 무기력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제 인간의 역사와 문화는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할 때입니다. 저의 이번 개인전은 이런 생각을 구체화 시킨 것입니다.

 저는 이번 개인전에서 평면과 입체작품, 설치, 행위미술을 총체적으로 보여줄 생각입니다. 우선 전시장 벽면에는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가로131cm에 세로97cm 크기의 평면작품들이 놓여지는데, 이 그림들의 바탕화면에는 모두 내가 펜으로 쓴 200자 원고지의 글씨들이 캔버스 크기로 확대되어 프린트되어 있지요. 그 위에 큰 꽃을 아크릴물감을 써서 사실적으로 그려 넣었습니다. 그리고 전시장 가운데에는 다섯장의 큰 한지(세로길이 2m 가로길이 1m)를 천정에서 바닥으로 내려서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설치할 것입니다. 그 한지 5장엔 모두 먹과 색채를 사용한 추상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설치한 한지작품 좌우 공간엔 모두 8점의 입체작품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전시될 것입니다. 입체작품을 보면 각기 다양한 문화권을 상징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인간의 문화라고 하는 것은 분별지의 소산입니다. 아무리 발달한 문화의 지식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지식이라고 하는 것은 분별지의 소산이지요. 거기서 문제가 있는 거죠. 분별지에 있는 지식은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끊임없는 싸움과 논란, 분쟁 속에 있을 수밖에 없어요. 분별지가 이룬 문화와 지식은 결코 진리에 다다를 수 없습니다. 저의 이번 작업은 이런 생각을 바탕에 깔고 이루어진 것입니다. 분별지의 차원에 있는 모든 인간들은 허구적인 나에 묶여, 너와 나를 분리하기 때문에 분열이 생기고 지식도 그런 차원에서만 이루어져 결국엔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저의 이번 개인전은 분별지를 초월한 진정한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끝없는 사색과 명상의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회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