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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전시안내

조성묵 초대전 <빵의 진화_The Progress of BREAD>

금호미술관은 8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실험적인 작업으로 독특한 작업세계를 구축해온 조각가 조성묵의 근작으로 구성된 초대전을 갖는다 .


 

작가 조성묵은 1981년 첫 개인전부터 지금까지 설치작업에서 미니멀 조각, 오브제 아트 등을 자기화하여, 새로운 개념과 감성의 조각 작업들을 선보여왔다. 그의 대표적인 작업인 ‘의자'로 표상되는 <메신저> 시리즈는 목재에서  브론즈까지 다양한 재료들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앉을 수 없는 의자'로 일상적 오브제의 구조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사물의 기능은 거세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때로는 의자의 골조가 해체되고 분해된 채 공중과 벽 그리고 바닥에 흩어져 설치되기도 하고, 골조의 재료들이 혼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을 박탈당한 의자는 관객에게 는 사유와 명상을 통해서 다른 차원의 휴식의 개념을 제공하며 소통하는 작업이었으며, 작가에게는 열린 구조의 개념으로 독자적인 조각의 세계를 구축하게 하는 작업이었다.


‘의자' 작업을 비롯해서  소파, 조각배 그리고 안경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인간적 관련성을 지닌 오브제'들로 그 이면에 연속성이 내제된 작업들을 미니멀 조각에서 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선보이며, 조성묵은 한국 현대 조각사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왔다.

 

이러한 오브제를 중심으로 한 그의 작업은 국수라는 독특한 소재를 이용하면서 다시 한번 새로운 개념을 해석하게 했다. 2000년대에 이르러 목재나 석재 혹은 브론즈와 같은 전통적인 조각의 재료가 아닌 식재료인 국수 가락을 이용했다. 작가는 국수를 전시장의 한 부분 혹은 그 전체를 가득 채워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여기에 작가가 지속적으로 선보였던 소파나 조각배와 같은 오브제를 국수로 만들어 매우 흥미로운 광경을 연출했다. 먹거리로 익숙한 소재의 국수는 그의 작업에서는 몽환적인 일루젼을 만들어내는 아주 독특한 재료가 되었으며, 이는 작가가 의자와 안경 등 기존의 인간적 오브제의 작업이 인간적인 소재로까지 확대되게 하였으며, 사물과 관념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에게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게 했다. 
 

지난 10여 년간 국수라는 독특한 소재의 작업을 연출했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색감과 질감에서 곰보빵처럼 보이는 가짜 빵들로 만들어지는 조각과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가짜 빵 조각들은 값싼 산업용 재료인 폴리우레탄을 소재로 한 것으로, 폴리우레탄으로 형상을 만든 다음  그 표면에 열을 가해 그을리는 과정으로 만들어지는데, 노릇한 곰보빵처럼 색상과 형상에서 거의 빵으로 보인다. 이들 가짜 빵은 작가의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보였던 의자를 비롯해서 화분, 우산 그리고 인물 조각상 등 다양한 오브제로 만들어지고, 설치작업으로 연출되기도 한다. 특히, 작가의 기존의 미니멀한 오브제 작업들과 함께 석탑이나 인물상 같은 전통적인 조각상들이 가짜 빵으로 만들어졌는데, 작가는 전통적인 딱딱한 조각상을 가짜 빵을 통해서 부드럽고 유머러스하게 전복시키고자 한다.


기존의 국수 작업처럼 전통적인 조각의 재료가 아닌 새로운 질료로서 빵의 질감을 한 폴리우레탄(발포수지)을 통해서, 작가는 현대 조각의 개념과 재현의 문제 그리고 마티에르와 이미지의 일루전, 여유와 유머, 일상의 오브제를 보는 시선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할 것이다.

 

-금호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