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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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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KUMHO YOUNG ARTIST

HONG Nam Kee - Romantic memory

 

 

Romantic memory_홍남기


 

박정연 
 

   끊임없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현대사회는 오히려 인간으로 하여금 상대적인 고립을 느끼게 한다.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의 마음은 속도와 방향 그리고 사고의 무게가 제각기 다르다. 따라서 진정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해결해야할 일들이 쏟아지는 바쁜 하루 속에서는 그러한 여유가 늘 부족하게 마련이고, 그로인한 '관계'의 가벼움은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허함과 갈증을 남겨놓는다.

  외부로부터 억제된 이러한 욕구가 때로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메마른 현실이 상상력과 감성을 만나 미적 기억으로 재탄생되는 것이 그것이다. 

  이로써 누군가에게는 그저 지난 일이었던 어느 날은 누군가에게는 사랑으로 기억되고, 그저 어제와 다른 오늘일 뿐이었던 그 속에서 어떤 이는 소통을 느낀다. 지나쳤던 수많은 날 중의 하루가 누군가는 그리울 수 있다.

  홍남기는 마치 단독 카메라를 사용한 듯 한 클로즈업 화면을 통해,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일상의 허구에 집중 주목하고 있다. 3D애니메이션을 이용한 가상 아바타를 이용하여 환경을 극적으로 구성하고, 이를 특별한 각도로 바라봄으로써 사소할 수도 있는 사건들을 전혀 다르게 재구성한다. 그리고 사건의 극적인 요소들을 제거한 채 건조한 시각으로 다시 본 영상은 그것이 결국 별 볼일 없는 조작된 허구일 뿐임을 나타낸다.

  홍콩영화의 액션 느와르, 전쟁의 한 장면, 마치 갱을 연상시키는 골목에서의 총격전은 우리가 영화에서 흔히 보았던 익숙한 장면들이다. 너무나 익숙해서 이유도 결론도 떠올리지 않은 채 무심히 바라본 아바타의 표정은 마치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듯이 심각하고, 열중하고 있다. 프레임 속의 그들에게는 그 순간이 바로 가장 멋있고 중요한 순간이다. 그러나 프레임 밖에서 바라본 그들은 무의미하고, 더러는 그 당당한 모습이 더 서글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며, 이러한 사회적 공감이 관객으로 하여금 창조된 인물과 동화될 수 있게 하는 힘이 아닐까.

  Mr. Hong의 패션쇼는 우스워 보이지만, 그의 표정은 진지하다. 비록 비례가 맞지 않은 몸매의 아바타이지만, 그가 추는 '토마스'는 흐트러짐이 없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아련함이 희화된 행복으로 남아있었던 이유였으리라. 실제로 고등학교 시절 힙합(Hip-hop)에 매료되었던 그는 그가 지닌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미디어 속에 녹여내고 싶었을 것이다. 비록 사회가 인정하진 않았지만 스스로 지녔던 진지하고 서글픈 감정을 담아...

  프랑스의 테오필 고티에(Théophile Gautier)는 말한다. '예술가는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자기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비단 예술가 뿐 만 아니라 혼자임이 외롭고 서글픈 이 사회는 어쩌면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권리가 가장 특별하게 보장된 시대일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기억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시대이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Mr. Hong들의 상상력과 자유가 곳곳에서 만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