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금호미술관

전시안내

이정민개인전

금호미술관2층

The incident _ 주관적 시간 속에서 특별하게 인식된 사물
 

시간은,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속도로 흐르고 있지만, 실제로 각자 느끼는 속도는 다르다.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어떤 사람은 빨리, 어떤 사람은 느리게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게 되고, 또 각자의 시간속도 안에서도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는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런 시간의 흐름은 실제로 볼 수도 없다. 우리는 시계, 지나가는 자동차, 서서히 지는 해 등 사물화 된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는 시간의 흐름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 않다가, 사물을 통해 사적인 시간의 흐름을 경험하게 된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 4시, 혼자 방안에 있으니 시간이 너무 천천히 흘렀다.
자려고 침대에 누웠더니 싱크대 쪽 창문이 평소와 같이 정면에 보였다, 오랫동안 집중해서 보게 되었는데. 갑자기 창문이 스르륵 열리는 것 같았다.


그때 나의 시간은 멈춘듯했고 오로지 사물에만 시간이 흐르고 있는 순간이었다.
위의 경험은 평소와 달라진 것 없는 나의 방에서 오로지 사물의 특별한 인식 순간으로 인해서 그 이전과 다른 시간, 공간을 느끼게 되는 사건이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나의 주변에서 흐르는 주관적 시간과 사물이 특별하게 인식된 순간을 영상으로 보여주게 된다. 화면에는 검은 선으로 공간과 사물이 그려지고, 마지막에 사진이미지가 등장한다. 자주 경험하는 일상은 뚜렷한 형태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안에서 순간적으로 인식된 사물은 더욱 특별하게 보이게 되는데, 그 과정을 검은 선과 사진의 대비를 통해 표현한다. 공간이 완성된 뒤 사진 이미지의 사물들은 내가 인식한 시간차에 따라 다양한 속도로 우르르 등장하게 된다. 
 
내가 경험한 주관적인 시간은 시계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그래서 정확한 타임라인보다는 ‘빠르다.'‘너무느리다'와 같이 상대적인 시간표현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프로그램이 파워포인트이다. Powerpoint 프로그램 안에는 애니메이션 기능이 있는데, 속도를 지정하는 방법이 기본적으로 ‘매우빠르게'부터 ‘매우느리게' 까지 5단계로 되어있다. 이런 애매모호한 지칭명령을 가지고 객체의 속도를 조절하여 내가 느꼈던 개인적인 느낌과 경험을 최대한 그대로 보여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