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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전시안내

이소정개인전

금호미술관 1층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 이소정은 수묵을 이용해서 자율적으로 전개되는 유기적인 형태의 이미지들을 그려왔다. 그 경계가 불분명하게 증식되는 유기적인 형상들은 보통 하나의 덩어리가 되는데, 마치 가임기 여성의 신체와 유사한 듯한 인체와 같은 형상들을 하고 있다. 

이러한 유기적인 덩어리들은 몇 가지 은유를 함축하고 있다. 우선 유기적으로 연결 되어 증식되는 이미지들은 스스로가 새로운 이미지를 그려가는 듯한데, 이는 작가가 출산과 자궁에 의미들을 도출해낸 것이다. 엄마의 자궁으로부터 나온 여성은 다시 그 누군가의 자궁이 되어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이러한 생명 탄생의 연속성은 작가가 이미지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그리는 행위와 연결된다. 

그리고 그림에 등장하는 ‘가위'는 가장 중요한 은유이다. 이소정의 그림에서 유일하게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구체적인 형상으로 표현되는 것이 바로 이 ‘가위'이다. 작가의 그림마다 다양한 크기로 등장하는, ‘가위'는 작가에 있어서 독립 혹은 거세 혹은 자해 등의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우선 이 ‘가위'는 출산과 자궁의 맥락에서는 출산용 가위를 상징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종종 등장하는 거울, 주사바늘, 뜨개바늘과 같이 자학적인 의미 그 자체이기도 하다. 또한 이 ‘가위'는 비밀과 발설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거세욕구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소정의 이러한 이미지들은 ‘자동발생학적' 그림으로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 작가는 그리는 행위의 주체자로서 자신과 이미지에 제한적인 방법을 가한다. 이전까지 작업에서는 작가는 어느 시점부터 자동발생학적인 그림 그리기를 멈추고 외곽을 디자인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작업들은 모두 같은 시작점의 공통된 패턴 위에서 이미지들이 확장되었다. 이를 통해서 그리기의 시작과 끝에서, 작가는 그리는 행위에서 있어서 행위의 주체자로서 위치를 달리하며, 자동발생학적인 그리기 페인팅의 편리함이 좀 더 배체된 형태의 그리기를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