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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전시안내

최익진 개인전

1. 프롤로그
 이 전시는 우리 고전 소설인 "구운몽(九雲夢)"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업한 것이다. 주인공인 성진과 또 다른 성진이기도 한 양소유가 겪은 현실-꿈-현실의 구조, 그리고 그 구조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꿈과 현실세계는 끊어지지 않는 미분화 된 세계이거나 궁극적으로는 "하나"라고 제시한다. 인간은 미망(迷妄)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한 존재이지만, 육관대사의 도움으로 열반의 세계로 인도된다는 내용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성진을 통해서 우리 인간들의 의식적 욕망을 보여주고 그 해소 될 수 없는 욕망의 궁극적 가벼움을 깨닫게 되는 것이 "구운몽"의 환몽(幻夢)이 구성하는 이야기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는 그간 작업인 "낙원도(樂園圖)" 에서 내가 추구 했었던 무의식을 통한 미적 감성의 소통장치로서 "병렬적 시간 구조(Parallel Synchronism)" 와 자못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보통 "빠르다", "지났다" 등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주어진 공간의 조건하에서 변화와 연동 된다. 그런데 이러한 변동의 전제로서의 시간은 결코 객관적이거나 절대적인 기준으로 구성되지 않고 "나" 라는 주체의 실존이 반드시 요구 된다고 생각한다. 보통 일상에서 우리들이 시계라는 기계적 장치를 통해서만 시간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인간 개인들은 각자 자신만의 시간이 내면화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태양의 변화에 따른 그림자 길이의 변화와, 밤길에서 보게 되는 구름 속에 달을 위치, 혹은 우리의 과거에 대한 회상 속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이러한 경험과 회상을 몇 개의 중요한 이미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에 절대적 시간과는 독립적으로 아주 길거나 아주 짧게 기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심리적 좌절의 경우 트라우마(trauma)로 인간의 거의 모든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시간은 “나”라고 하는 주체의 실존의 기억과 더불어 인식된다고 생각한다. 
 이 전시의 궁극적 목표는 이러한 시간의 재구성을 통해서 너 와 내가 “하나”될 수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하나”는 둘의 철저한 부정을 통해서 또 다른 완전한 합으로써의 “하나”가 아니다. 그렇다고 장주가 나비인지, 나비 가 장주인지 분간이 안 되는 막연한 몽롱함도 아니다. 그 보다는 장주가 나비가 되었다가 다시 나비가 장주가 될 수 있는 자유롭게 호방한 풍류로서의 "너 되기(Becoming You)" 인 것이다.  

2007년 8월 연광헌(練光軒)에서 무려(無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