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미술관

이 작업은 “여성은 어떤 존재 일까?”하는 의문에서 시작 되었다. 내 주변에 있는 여성들과 내 머리 속의 자리 잡고 있는 여성스러움 대한 관념 사이의 이질감이 위와 같은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여성스러움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청순함, 순결함, 부드러움 등이 느껴진다. 색깔에 비유한다면 핑크와 하얀 색이 연상된다. 마치 남성이 남성다움의 옷을 입듯 여성은 흰색의 순결함의 옷을 덧입고, 소녀적이고 귀여워 보이는 핑크 색의 옷을 덧입게 된다. 여성을 이런 순결하고, 고귀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만으로 표현 할 수 있을까? 그 이면에 존재하는 부정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이런 일련의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이미지들은 사회화를 통해 우리에게 무의식적으로 습득된다. 또한 이런 사회적 관습은 여성과 남성의 성격을 규정하는 사회적 약속으로 자리잡고 고착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재생산해 내고 있다. 서양의 문물의 도입으로 전통적 가치관이 무너지고 있는 요즘, 상업 광고에서는 전통적 순결한 여성의 이미지와 sexuality를 결합하여 상품화 하는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나오는 여자 주인공의 캐릭터와 이미지는 일률적으로 착하고 귀엽고 순수하며 이것은 기존 남성권력에서 파생된 여성에 정체성에 한계를 말한다. 이것은 나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내가 어떻게 여성을 바라봐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Pink & White”의 작업을 통해 위의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었다. 내 작품 “White”에서 나는 여성으로 상징되는 물체를 하얀 가루로 뒤덮는다. 세상에 내린 눈은 그전에 무엇이 존재했던 간에, 모든 것을 하얀 색으로 뒤덮어 고요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작품 White는 위와 같은 현상에서 착안되어 만들어졌다. 눈이 자연적 현상이라면 내가 뿌린 하얀 가루는 여성의 본연의 모습에 순결과 희생의 이미지를 덧 입히는 인위적인 문화 코드인 것이다. 내가 뿌린 하얀 가루는 겉으로 나타나는 아름다움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그 속에 감추어진 실제적 존재에 대한 폭로를 의미한다. 작품“Pink”는 핑크 색을 띤 물체(솜사탕, 리본, 핑크 생리대)에 상징되는 “여성스러움”과 “소녀다움”이 어떻게 규정되는 가에 대한 질문이다. 소녀다움 대한 지나친 집착은 사랑스러운 의미를 넘어 미성숙하고 의존적인 관념을 만들어 여성의 독립된 존재로써의 형성에 장애를 가져온다. 나는 역설적으로 남성을 상징하는 물체에 핑크 색을 입힘으로써 기존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수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