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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전시안내

2기 입주작가 강석호

강석호는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토르소처럼 얼굴과 팔 다리가 잘려나간 익명의 인물의 옷차림 즉, 복장의 일부분만을 클로즈업하여 캔버스에 확대하여 그린 작업들을 선보여왔다. 우리가 길을 걷거나 줄을 서서 기다릴 때, 무심히 눈 앞에 있는 사람의 특정부분에 시선이 머무르는 것처럼 작가도 우연히 시야에 들어온 인체의 한 부분을 그리기 시작했다. 보는 이들은 그의 독특한 소재와 화면 구성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지만, 정작 작가 자신은 그리는 대상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한다. 조각을 전공했던 작가는 전공을 회화로 바꾸면서 처음에 산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때도 산 전체를 그리지 않았고,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일부분을 포스트잇에 그렸다가 다시 캔버스로 옮겼다. 이처럼 강석호가 그리는 복장은 어떠한 상징을 가지기 보다는 작가가 그림을 그리기 위한 대상일 뿐이다. 즉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대상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둔다. 작가는 붓질을 하는 과정에서 화면의 색채와 형태의 변화에 집중한다. 신체의 굴곡에 따라 달라지는 음영, 옷의 반복되는 패턴들이 자세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차이와 반복의 리듬 같은 것이 그림 그리는 과정의 흥미를 더해주며, 이 점이 작가가 복장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도 강석호는 익명의 사람들의 ‘복장'의 특정한 부분을 포착하여 확대한 후 화면에 옮겨 놓는다. 복장의 일부분만을 대상과의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리는 독특한 화면구성 방식은 보는 이로 하여금 관음증적 시선과 함께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림을 제작하기 위해 거리로 나가 익명의 사람들을 찍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특정부위를 남기고 잘라낸 후 이를 캔버스에 그렸다. 작가는 신체의 굴곡에 따라 달라지는 색채의 음영, 반복되는 패턴, 차이와 반복에서 오는 리듬에 흥미를 두고 있다. 이번 전시는 뒷짐을 진 한 남자의 뒷모습 연작들로 진행된다. 수십 점의 페인팅과 드로잉들은 아주 비슷하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약간의 차이가 있다. (반복되는 패턴과 한 가지 유형의 그림을 반복해서 그리는 작가의 태도는 ‘의자', ‘핸드폰'과 같은 일상적인 물건들을 수집하는 그의 수집벽과도 닮아 있다.) 거의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뒷짐을 진 남자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서 관람자는 마치 ‘틀린 그림 찾기'를 하듯 이들 작품들을 관찰하게 된다. 여전히 왜 뒷모습이어야만 했는가? 왜 특정 부분인가? 에 대해 호기심이 남아있지만, 이는 작가가 자신과 관람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비슷하지만 다른 형태와 완성도를 가진 작품들에 작가가 집중하고 반복해서 그리듯, 보는 이들은 관람 내내 이들 작품의 차이와 각각의 완성도를 비교하며 관람하게 된다. 그리고 강석호만의 절제된 드로잉과 평면성이 느껴지는 작품들에서 의도하지 않은 작가의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