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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전시안내

최민식 개인전

금호미술관 3층 사진전을 열면서 1957년 미국사진사 스타이켄 편집의 사진집 [인간가족 The family of Man] 을 접하면서 부터 사진에 눈을 뜨게 되었다. 나는 마치 오래 전부터 기다리던 소식을 접한 것처럼 그 사진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러면서 그것이 앞으로 내게 닥쳐올 일의 희미한 서막임을 감지했다. 나의 작품에서는 인간이 중심이다. 인간이 작품을 철저하게 지배한다. 인간의 현존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인간 특히 가난한 서민을 묘사함으로써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었다. 나의 작품은 성실함에서 비롯되는 위력을 지녔으며, 거기에는 예술과 삶이 결합되어 있다. 나의 사진을 통해서 내 목소리가 세상 사람들 마음에 도달하리라 확신했다. 사진은 나를 찾아 주었다. 나는 마치 사진만이 나를 구원해 줄 수 있다고 여겼으며 사진에 나를 송두리째 맡겨 버렸다. 나는 사진을 통하여 좀더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휴머니즘적인 정의사회를 만들어 보려는 신념뿐이다.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외롭게 나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나의 힘이 미치는 한, 나의 시대에 함께 호흡하고 있는 우리 민중 전체를 사진에 담으려 하였다. 그리하여 후세에 내가 살아간 시대의 전체적인 사회구조가 이러했다는 역사적 증언으로서의 기록을 남기리라 마음먹은 것이다. 나는 사진가로서 역사의식이 투철한 데서 기인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작품 〈인간〉은 그자체가 부분이기는 하지만 종합된 하나의 〈세계〉이며 〈시대〉이고〈사회자〉이자〈인간사〉일 것을 다짐해 본다. 어떻게 내 의무를 다하면서 그들을 위하여 사진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까? 앞으로 보다 의미 깊고 감동적인 걸작을 추구해 나갈 것이며, 가난한 그들과 함께 살다가 죽을 것이다. 2006 최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