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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전시안내

박병춘 초대전

금호미술관 1,2층 동양화가 박병춘은 수묵채색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오면서도, 그의 작업이 동양화의 형식과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동시대 현대미술의 맥락 속에서 자리잡게 하는데 초첨을 두고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는 꾸준한 현장에서의 풍경사생과 특유의 필력을 바탕으로 전통산수 풍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실재하는 풍경 속에 일상의 오브제를 병치시키는 새로운 산수를 선보이며, 자유분방한 화면 구성과 모필로 섬세한 묘사,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극단적인 생략과 대담한 파괴를 도입하는 등 작가 특유의 한국화 작업을 시도해왔다. 그간 박병춘의 작업은 대형 화폭의 위쪽에 약간의 하늘을 남기거나 혹은 아래쪽에 약간의 강을 그려서 여백을 두는 것 외에는 화면의 90%를 깍아지른 듯한 절벽이나 숲의 이미지들로 가득하게 채웠다. 모필로 세밀하게 그려 넣은 가로, 세로의 선들은 긴 세월을 통해 퇴적된 단층의 절벽의 이미지들이 되거나 산이 되고 잡풀들과 덤불들로 우거진 들판이 되기도 했다. 화폭을 필선의 유영으로 가득 채운 듯한 그의 작업에서 작가는 마치 필선을 실험하듯 때로는 붓질 자체로 유희를 즐긴 것처럼 자유로운 필선들을 구사했다. 그리고 이러한 먹 선들 만들어낸 커다란 풍경 형상 한 가운데는 풍경 이미지들과는 동떨어진 노란 풍선, 빨간 우체통, 컬러풀한 패러글라이딩 이미지들이 끼어있다. 이 이미지들은 작가의 개인적인 체험과 기억과 관련있는 사적인 기호들이다. 그의 풍경 작업은 무엇보다도 철저한 현장에서의 모필 사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화첩에다가 그린 모필 사생은 그림을 대형 화폭에 확대할 때에도 거의 여과 없이 적용된다. 화면이 커지고, 사물을 묘사하는 것이 더 세밀해지는 것을 제외하면 사생 화첩의 이미지들이 그대로 현장감을 유지하면서 화면으로 옮겨진다.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는 그 동안 영월, 태백, 삼척, 청송 등 각 지역을 사생한 이미지들을 화폭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는 풍경의 이미지에 비행기, 혹은 패러글라이더, 행글라이더의 이미지들과 고전 민화에 등장하는 나비나 학의 이미지들을 그려 넣었다. ‘흐르는 풍경'이라는 타이틀이 시사하듯 이러한 이미지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부유하듯 자유롭게 흐르는 듯 하다. 그 동안 ‘기억 속의 풍경', ‘금빛 풍경', ‘흐린 풍경', ‘검은 풍경', ‘낯선 풍경' 등 ‘풍경' 이란 창을 통해서 세상을 들여다보았던 작가는 이제 흐르는 풍경 속에다 지금까지 풍경작업들을 아우르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작가는 풍경이 실경과 사생의 결과임을, 그리고 그의 관념 속에서 불러낸 개인사의 소산임을 드러내 보여준다. 작가는 현재 덕성여대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는 열세 번째 개인전이다. 금호미술관 초대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200호에서 1500호에 이르는 대형 신작 15점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