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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전시안내

김명숙 초대전

금호미술관 1,2,3층 김명숙은 모노톤의 색채로 칠하고 긁어내고 덧칠하는 특유의 드로잉 작업으로 인물이나 나무, 숲과 같은 자연물을 그려왔다. 작가는 그간 숲, 인물, 동물 등 세 주제로 얇은 종이 표면에 어둠과 빛으로 둘러쳐진, 세상의 끝처럼 깊고 아득한 화면을 연출해왔다. 가장 어두운 것이 가장 밝은 것을 돋보이게 한다는 말처럼 심연처럼 어두운 화면 속 이미지의 어딘가에 빛이 숨겨져 있다. 수 많은 선의 흔적들이 빛과 어둠을 만들어내고, 형상을 두드러지게 했다가 무너뜨리기도 하고, 침참과 생명의 세계를 대비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수많은 선의 흔적들, 덧칠, 긁어냄에서 작가의 노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가는 캔버스가 아닌 종이 위에 드로잉을 하고, 여기에 아크릴을 올리고, 다시 크레용이나 다른 재료들의 무수한 선들을 그 위에 그려나간다. 거의 육체적인 혹사에 가까운 작가의 그리는 행위는 화면을 통해서 고스란히 드러나며, 작가 스스로는 이러한 행위를 통해서 자신이 겪은 인물과 자연의 존재감을 형상화한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숲>, <인물>, <동물> 등 작가의 변하지 않는 주된 소재들의 시리즈 작업들을 볼 수 있다. <숲> 작업에서는 나무와 숲의 이미지가 얽힌 대형 작업들을 선보인다. 마치 폭풍우가 몰아친 것 같기도 하고, 새벽녘의 풍경 같기도 한 작가의 다양한 숲 이미지들과 강인한 뿌리와 줄기를 드러내고 있는 식물 이미지들은 모두 어둠 속에서도 그들의 생명력과 빛을 향한 강한 의지를 담고 있는 듯 하다. <인물> 작업에서는 그간의 접근방법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작가는 1986년 첫번째 개인전에 전시된 인물상에 대해 <시지프스에 관한 연구>라는 이름을 붙였다. 작가는 이러한 연작의 작업과정 그 자체에서 시지프스의 노동이 상징하는 의미를 성찰해보고자 했었다. 이번 전시에서도 ‘아폴로 공부', ‘모네 공부'와 ‘밀레 공부'라는 타이틀을 붙인 작업들을 통해서 연구 작업들을 선보인다. ‘아폴로 공부'의 경우, 형상이 분해되는 아폴로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근육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영혼을 향한 시선에 중심을 두고 있다. ‘모네 공부'와 ‘밀레 공부'에서는 작가가 모네와 밀레의 작가적 태도와 관련된 그들의 삶과 작업을 이미지를 통해 역추적 해가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