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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전시안내

'marginal man - desperado'

금호미술관 지하 1층 지금까지 임태규의 작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일상에서 만나는 인물들의 행동과 표정들을 마치 만화와 같이 재현되었다.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 여인, 패션잡지를 베고 누워 얼굴에 맛사지 팩을 하고 있는 남자, 거울에 얼굴을 들이대고 이빨을 닦는 남자, 속눈썹을 정리하는 여자와 같은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회화적으로 그린 풍경들이 그간 임태규의 작업에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임태규가 그린 인물은 자신의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일반 사람들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들을 '주변인' 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작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주변인'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사회에서 자신이 거할 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부유하는 인물들을 지칭한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지만, 실상 그들은 시간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고 주변인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 주변인'들을 좀 더 당당해진 모습들을 하고 있다. 여전히 사회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들은 아니지만, 이전 작품과는 달리 자신의 시간을 즐기는 듯한 인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이들을 'desperado(무법자)' 라고 명명한다. '무법자'는 이 시대를 표류하는 주변인(여러 문화 속에서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의 삶 속에서 일상을 탈피하여 자신의 이상을 향하여 나아가는 다양한 행위 중 '상상'의 공간에 자신을 맡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작가는 이들 무법자(법을 탈피하여 살아가는 자: 법이란 규칙을 말하며 일상 또는 젣화한 삶이고 변화가 없다. 무법이란 변화와 파격을 말하며 상상의 유희를 즐기는 삶이다.)들의 모습을 그간의 주변인들과 마찬가지로 유희적으로 표현하였다. 이전까지 작업들의 소심한 주인동들은 사라지고, 이번 전시의 '무법자'들은 훨씬 동적이고, 더 당당해진 모습이다. 섹시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자와 자동차에서 속도를 만끽하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주인공, 부끄러운 듯한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드러내고 있는 여자와 동승하며 속도를 즐기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들 주인공들과 함께 자동차, 비행기, UFO 등의 도상들이 등장하며, 이들은 그림속의 속도감을 배가하는 듯하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무법자'는 '주변인'의 또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차이가 있다면 이전 작업의 주변인은 체계에 거스르지 않는 범위 안에서 순응하고 있다면, 이번 전시되는 무법자들은 체계를 거스르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소심한 '주변인' 이 더 이상 아니다. 그림속의 주인공의 변화때문인지, 그간 차분하고 상대적으로 가늘었던 임태규의 선들은 이번 작품들에서 더 자유분방하고 강렬하게 변했다. 작가는 'marginal man(주변인) - desperado(무법자)' 의 유희적인 모습에서 현대인의 잃어버린 동심과 변질된 삶의 양태를 돌이켜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