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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전시안내

거미여인의 꿈

사진가 오진령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서커스 단 사람들과 함께 유랑하며, 서커스 단 사람들의 생활과 공연을 카메라에 담았다. 우연히 접한 서커스에 매력에 사로잡혀 그 길로 동춘서커스단을 찾은 이래,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유랑하며 <곡마단 사람들>이라는 사진 작업들을 선보였다. 다큐멘터리 작업이었던 <곡마단 사람들>은 그들과의 친밀감과 우호감을 통한 교감으로 인한 것이나 서커스단이 처한 운명과 그들의 삶을 차분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려냈다. 작가는 2003년 <곡마단 사람들>의 작업을 마무리하고, 지난 3년 간 전국을 유랑하며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유랑 생활은 작가의 자아에 있는 서커스에 대한 욕망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쉬이 안착하지 못하고 떠돌고 싶은 인간 심연의 본성이 드러나는 것이기도 하다. ‘거미 여인의 꿈' 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사지가 온전하지 못한 인형 친구들이 등장하는 사진들로 구성된다. 작가는 이 인형들과 함께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유랑했다. 기이한 몸동작들을 보여주며 강렬한 이지를 남기는 곡예를 하면서도 수줍게 독백을 하는 듯한 서커스단 사람들의 기억의 연장선에 있는 이 인형들은 자연의 외딴 풍경에서 등장한다. 때로는 숲 속에서, 때로는 넒은 들판에서 그리고 나무 위에서 인형들은 홀로 혹은 무리를 짓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리고 차림새와 눈빛, 표정까지도 작가의 계획에 의해 탄생된 인형들은 지극히 피동적인 요소를 가진 피사체였을 뿐 그들의 행위 집단의 메시지나 소통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사진들에는 유랑 극단의 광대를 그리고 그가 제작한 인형을 찍었던 작가는 이제 그녀 자신이 어릿광대 인형이 되어 등장한다. 길가에서 두 팔을 벌리고 허수아비 모양을 하기도 하고, 나무 위에서 두 다리를 축 늘어뜨린 채 앉아있기도 한다. 곡마단이 아닌 세상을 사는 우리 모두가 광대이듯 작가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그들에 대한 혹은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