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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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溥儀를 그리다 _ A trip to forbidden city

‘추억과 기억은 놓여진 사물과 머물던 장소에도 남아있다.' 윤정선의 정물에는 친구가 선물로 준 빨간 지갑, 친구에게 주었던 일기장, 프랑스 카페의 각설탕 등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사물들이 등장했다. 작가가 여러 번 갔었던 발티모어의 항구, 뉴욕의 소호의 전화기, 런던의 차이나타운, 거리의 벤치 등과 같이 추억이 내재된 공간이 그려졌다. 그리고 작가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은 영화의 한 장면들과 영화를 본 후, 영화의 감성과 겹쳐진 도시의 풍경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억의 단편들이 윤정선 회화의 소재들이다. 무심한 듯하면서도 아련한 그리움을 담고 있고, 소박해 보이면서도 세련된 정물과 풍경, 영화의 장면을 통해서, 작가의 기억들은 그림으로 재현되었다. 사적인 기억과 추억이 담겨있는 풍경과 사물을 캔버스로 옮겨오면서 작가는 시간과 기억과 시간의 흐름에 대한 잔상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지금은 만인에게 공개된 청의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 그리고 金빛과 血色 이번 금호 영아티스트 전시에서 윤정선은 중국 북경에 대한 풍경들을 재현하고 있다. 지난 작품들에서는 화려한 원색이 배제된, 카키와 회색톤의 회화들을 볼 수 있었지만, 이번 전시의 북경 풍경들은 붉은 색, 금색 등 화려한 색상들을 중심으로 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북경 작업들은 추억과 기억이 놓여진 사물과 머물던 장소에 대한 기존의 작업들과 그 맥락을 같이하면서도 작가 개인은 큰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의 작업들의 풍경과 사물이 작가 개인史에 바탕을 두었던 것이라면, 이번 북경 작업은 타인의 기억에 대한 흔적을 찾아가는 작업이었다. 작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북경에서 반년 이상 머무르면서 자금성의 곳곳을 다니며, 그곳의 마지막 주인이었던 ‘마지막 황제 溥儀'의 잊혀진 시간 역사를 더듬어 갔다. 영화를 매개로 작가와 인연을 맺게 된 비운의 마지막 황제의 추억을 자금성에서 마치 형사처럼 추적했고, 그의 기억과 감정들은 어느새 작가의 감정과 하나가 되어, 작가와 작업의 색들마저 재조명하게 했다. 마지막을 장식했던 고궁의 주인으로서 누렸을 휘황찬란한 황조의 금빛과 혼란 속에 살았던 백성의 굶주린 핏빛이 극명히 대조를 이루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작가가 고집해왔던 색상을 포기하고 붉은 원색을 거침없이 사용하기도 했고, 금박을 입혀놓기까지 하였다. 고궁의 풍경과 담장에 늘어진 나무 줄기, 페인트가 떨어져나간 문설주, 색이 바랜 조명등에 이르기까지 사소하지만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 같은 이미지들을 담은 작업들을 작가만의 섬세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