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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전시안내

드로잉 전

작곡가가 끊임없이 작곡을 하듯, 시인이 매일 시를 쓰듯, 화가는 늘‘그린다'는 의식과 행위에 집중한다. 이러한 화가로서의 본질과 즉흥적인 감성을 무한대로 드러낼 수 있는 드로잉을 중심으로 전시공간의 특성을 감안한 설치 작업들을 선보여왔던 임자혁의 네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금호영아티스트 전시에서 작가는 하나의 단어에 대한 집중적인 생각들을 그려낸 36 개의 드로잉 시리즈와 다양한 이미지 채집으로 비롯된 자유로운 방식의 드로잉들을 보여준다. 임자혁은 주로 특정 공간과 드로잉을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하는 작업을 해왔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공간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작가의 꾸준한 이미지 만들기의 과정을 볼 수 있다. 살아가면서 발견하는 주변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인 해석과 즉흥적인 선들을 바탕으로 현실에 대한 밝고 경쾌한 논평과 자유로운 상상력에 의한 위트와 유머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작은 종이 드로잉들과 전시장 벽면 전체를 화면으로 취급하는 커다란 벽면 드로잉들이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고, 이들 사이에 느낌을 연결시키는 오브제가 섞이면서, 마치 작가의 작업 현장을 옮겨놓은 듯한 인상을 줄 것이다. 닭, 양송이버섯, 파꽃, 농기계, 기계차류, 시멘트공장과 같이 익숙하지만 작가에게는 갑자기 낯설어진 이미지들이 전시장 곳곳에 임의로 펼쳐진다. 또한 자연광이 들어오는 전시장의 긴 벽에는 겨울 담쟁이가 벽을 타고 올라가는 형상이 보여지면서 벽과 이미지에 관한 원론적인 의미를 재해석한다. 작가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캔버스나 종이에서 벗어나 벽이라는 확장된 공간에서 마치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또한 작가의 일상적인고 단편적인 생각들의 파편인 드로잉과 오브제들과 벽면 드로잉은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덩어리로 연결한 듯한 인상을 준다. 전시장에 즉흥적으로 그리고 붙이고 놓는 다양한 내용과 형태의 드로잉 조각들을 통해 완성과 미완성, 결론과 과정의 사이에서, 주제와 소재를 한정하지 않는 작가만의 자유로운 그리기 방식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