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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06-01-01 ~ 200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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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소 :
1F~3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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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김선형
나의 스물두 번째 개인전 ‘꿈-풀섶에 젖다'에서 보여 지는 근작들은 지금껏 보여 졌던 작업들에 비하여 내용과 표현형식적인 면에서 다소간의 변화를 많이 내재하고 있는 작품들이라고 볼 수 있다. 대형의 두터운 삼합 한지(100호~1000호)의 화면위에 큰 궤적과도 같은 흔적으로 남은, 한 획으로 그어진 굵고 거친 선들과 그 위를 자유롭게 출렁인 듯 뿌려지거나 흐른 물의 묵희(墨戱)적 흔적들, 그로 인해 재차 번져 나가고 질서 없이 흩어져 나가는 선들의 자유롭고 활달함 등과 그 선들 사이로 언뜻 언뜻 보이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여릿한 채색과 먹색농담의 변화들로 화면은 알 수없는 기운과 긴장감으로 충만하다. 거대한 난초 같이 보이는 풀 같은 형태와 화면의 위아래가 한 번의 긴 붓질들로 빽빽하게 꽉 채워진, 화면 앞에서 그림을 보는 나조차도 마치 에니메이션 영화 ‘벅스라이프'에서 거대한 숲을 마주 하고 있는 개미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찌 보면 자연이나 문명이라는 거대한 ‘꿈'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늘 자신은 꿈을 꾸고 그 안에 새로운 명제를 만들고 그를 실현 하며 사는듯하지만 정작 살아가는 원초적 행태의 이면에 있는, 인간으로서 베풀고 회복해야할 진정한 사랑과 이성을 상실하고 망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귀다툼하듯이 사는 속에서 초라한 성취감을 맛보고 그것이 마치 전능한 자신의 모습이고 능력인양 보잘 것 없는 자위를 하며 살아가는 나약한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또 다른 꿈의 회복에 대한 기원의 메시지이다. 어찌 보면 인간이 태어나고 살아가고 다시 돌아가는 모태로서의 자연이라는 불가항력적이며 절대적인 기운에 대한 새로운 인식 속에서 인간은 새로운 자아를 느끼며, 또한 자아를 새로이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미 너무 거대해지고 그 거대함이 잉태한 불균형적인 힘으로 인해 또 다른 자연으로서 그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는, 기형적인 문명의 인공과 인위의, 부자연스럽고도 불안한 큰 원판위에서 쳇바퀴 도는 듯한 행위를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관심의 시선을 억지로라도 끌어 옮겨 진정한 힘과 기운의 원천을 보아야한다. 알 수없는 기운과 자연스러움으로 너무도 신비로운 힘을, 들숨 날숨을 반복하며 우주를 채워가는 그 원초적 명제인 ‘자연'과 ‘꿈'에로 말이다. 굳이 동,서양을 구분지어 이야기할 필요도 없이 자연의 기운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인식은 인간이 회복해야할 가장 중요하며 시급한 이성의 회복을 위한 과제일 것 이다. 이 번 작업을 하면서 나는 한지와 큰 획을 한 번에 그을 수 있는 모필에서 전통적 재료가 갖는 물성적 측면의 조형적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크게 느낄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그 간의 수많은 작업과정에서 경험한 여러 실험적 모색들과 그로 인해 축적되었다고 할 수 있는 조형적 변주의 가능성들이 급기야 나를 한지와 모필의 새로운 가능체 앞으로 인도해준 듯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전래의 한지와 묵의 단순한 운용만으로 모든 회화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하는 전통에로의 회귀는 물론 아니다. 역시 아직도 나는 물성적인 측면에서의 새로운 형식과 회화적이며 조형적인 동양화의 방법적 모색과 실험을 미로 속에서 출구를 찾듯이 집요하게 찾아 가고 있다. 단일한 먹색 같이 느껴지는 색감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먹이 한지에 스며들면서 나타나는 급속한 건조로 인한 표현상의 한계와 어려움, 그로 인한 시차의 한계상황을 극복하여 변용적 표현의 가능성을 먹이 한지위에서 건조할 때까지의 짧은 시간 안에서 잠시라도 더 붙잡기 위해 여전히 물료의 새로운 제작을 위한 물성적 실험을 수반한 시도는 필요한 것이었다. 자연히 여러 재료를 섞어서 실험하는 작업과정은 단순히 먹으로 한지 위를 채우는 고전적이며 전통적인 작화 행위로 나를 만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큰 화면을 많은 선으로 채워나가는 대작을 제작하는데 있어서는 급속히 건조하는 먹과 한지의 물성적 한계는 표현상의 난제였다. 이 번 작품도 멀리서 보거나 작은 화면으로 볼 때에는 단순한 먹빛으로 보일수도 있으나 화면 가까이에서 자세히 들여다 볼 경우 여러 색감의 안료와 질감의 중첩으로 그것들이 마치 먹색같이 느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큰 화면 위를 모필을 앞세워 유영하듯이 소요하는 기분이 주는 작업의 희열감과 흥분이야말로 이번 작업을 통해 얻은 소재로써의 자연과 그 안에 담긴 내용으로써의 자연스러움에 대한 동양적 미감의 정수에서 느껴지는 고결함과 숭고함이 아닌가 한다. 특히 수묵을 혼합한 수성재료와 물이 어우러져서 만들어 내는 무한한 변화를 내재한 화면구성과 조형적 변화, 그로 인한 동양적 표현의 새로운 시도와 가능성은 앞으로 있을 나의 또 다른 회화적 관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