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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전시안내

정재호 전 - 금호영아티스트

금호미술관 지하1층 정재호는 일상적으로 스쳐지나가는 도시의 경관을 대상으로 한 풍경 작업들을 해왔다. 도시에 관한 작업들은 작가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무감각한 시선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정재호는 도시인들에게는 이미 자신들의 일부가 되어버린 도시에 대한 막연한 나른함을 걷어내고, 그 모습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가서 적극적으로 바라보고, 나름대로의 의미를 형상화시킴으로서 작가를 둘러싼 공간이 내포한 여러 의미들을 적극적으로 감지해 내고자했다. 이러한 서울에 대한 관심의 초기에 작가는 주로 높은 곳에 올라 서울의 야경을 조망하거나, 작업실에서 집에서 또는 직장에서 바라다 보이는 일상적인 풍경, 그리고 출, 퇴근 시간에 차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차량의 행렬이거나 서울의 근교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이미지들을 담아왔다. 첫 번째 개인전에서는 높은 곳에서 조망한 도시 야경을 표현한 바 있고, 두 번째 전시인 ‘인천 여행'을 통해 인천이라는 주변도시의 시공간에 대한 회화적 다큐멘터리 작업을 시도했으며, 세 번째 전시인 ‘청운시민아파트'를 통해 소멸하는 공간과 인간의 문제를 조명해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다큐멘터리 회화 작업들의 연장선에서 60~70년대 지어진 시민 아파트들과 초창기 소규모 아파들을 중심으로 사라졌거나, 사라질 도시의 풍경인 오래된 아파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 오래된 아파트의 재발견 작가는 지난해 여름까지 종로구 청운동에 있는 청운시민아파트를 들락거렸다. 철거 예정이었던 그 아파트에서 이미 떠난 사람들의 흔적과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의 절규를 마주했다. 놀랍게도 그곳에서 만난 풍경들은 작가 자신의 과거였고, 또한 작가가 알고 있던 사람들의 현재였으며 또 그들의 미래이기도 했다. 청운시민아파트에 대한 작업 이후 작가의 관심은 남아있는 다른 아파트들에게로 이어졌다. 작가는 기억 속에 있었던 아파트들을 먼저 찾았고 지도를 보고 동사무소에 수소문을 하면서 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의 아파트들을 찾아다녔다. 이미 철거되어 공원이 된 아파트도 있었으며, 조사를 다니던 기간동안 사라진 아파트도 있었다. 또한 많은 아파트들이 현재에는 건재하지만, 대부분이 재건축 추진 중이라서 언제 없어질지 모를 상황이었다. 작가는 그 아파트들을 찾아다니면서 ‘오래된 아파트는 도시빈민들의 주거이며, 노후하여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시급히 철거되거나 재건축되어야 하는 도시의 흉물이다' 는 일반의 인식에서 벗어나서 오래된 아파트가 가진 풍부한 의미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상당히 많은 곳들이 아직도 훌륭한 공동주거의 역할을 하고 있었고, 어떤 곳에서는 지금은 사라졌다고 여겨지는 공동체로서의 삶의 양식이 보존되고 있음을 목격하였으며, 비록 좁지만 인간과 자연에 대한 조화와 배려라는 건축의 이상이 담긴 아름다운 공간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낡은 흉물로 인식된 오래된 아파트는 단순한 철거의 대상만은 아니라고 한다. 60~70년대 초창기 소규모 아파트들의 경우 건축가의 의지와 이상이 적극적으로 개입된 경우였으며, 현재의 아파들과 비교해서 오히려 시각적으로 뛰어난 측면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라진 ‘시민 아파트'나 현재 남아있는 ‘시민 아파트'와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에서는 60~70년대의 개발 독재정책의 실패의 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오래된 아파트에 관한 다큐멘터리 회화작업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회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이 속한 공간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고 기록해나가는 작가 정재호의 삶의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출품작품 : 종이에 채색 작품 약 2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