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금호미술관

전시안내

김성복 개인전

< 금호미술관 1층 전시실 > 야트막한 산부터 험준한 산까지 오르내리면서 바라 본 풍경에서 작가 김성복에게 다가온 것은 웅장한 산의 위용이 아니라 그 안에 숨 쉬고 있는 작은 존재들이다. 작은 들꽃들과 무당벌레, 나비 같은 곤충들. 이들은 모두 거대한 산 풍경 속에서 허리를 굽어 찬찬히 관찰하지 않으면 스쳐지나갈 만한 작은 대상들이다. 이 안에서 작가는 짧은 시간을 살다가는 이 작은 생명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을 기억하고 다듬어낸다. 김성복의 풍경이 주는 현장감은 바로 이러한 작가의 세심한 관찰과 이를 통한 해맑은 색채의 재현에서 기인한다. 또한 세밀하게 그려진 작은 풀꽃들은 생명력 있는 모습들이며 초록으로 칠해진 먼 들판은 이와 대조적으로 펼쳐진다. 김성복의 담채 풍경의 또 다른 개성은 이처럼 근경 대상과 원경 사이의 단순하면서도 역동적인 화면 내 구도의 신선함에 있다. 전경의 꽃과 식물들이 선명하게 채색된 반면, 아스라이 멀리 보이는 희미한 산의 능선이나 들판은 급격하게 멀어져서 몽환적이기까지 한다. 화면 전체가 살아있는 식물의 생명력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보다는 이상적 세계에서 볼 수 있는 맑은 정취의 한 떨기 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느낌은 형태나 색채의 주관적 표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묘사된 대상의 형태는 얼핏 보기에는 사실적으로 다가오고, 실제 자연풍경을 모사한 듯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묘사적이거나 사실적이지만은 않다. 나뭇잎, 꽃잎, 풀잎 등의 묘사가 단순화 되어있고 대상의 크기에 있어서는 전경의 작은 들꽃들이 실제 비례와 달리 확대 묘사되었는가 하면, 토끼가 엉겅퀴 잎사귀 그늘에 숨어있기도 하고 은방울꽃만한 나비를 그려 넣기도 한다. 이렇듯 화면 내에 툭툭 배치되어 있는 소재들은 대상의 크기나 묘사가 작가의 심경에 따라 실제와 상관없이 주관화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표현의 결과는 작가가 스케치나 실제 묘사에 의존하지 않고 산행 이후 기억에 의존하여 그려낸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속에서 수없이 그려낸 형상들이 형상과 색채로 드러난 것이다. 결국 넓고 푸른 벌판을 빠르고 엷게 선염한 후 청명한 색채들로 대상을 풀어나가다 보면 작가 자신도 모르게 그것이 풀이 되기도, 꽃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벌레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덧 그녀의 기억 속 풍경들이 그림 속에서 하나씩 선명하게 되살아나서 그녀만의 이상향을 구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때 묻지 않은 태고의 자연 같은 그녀의 풍경에서 피안(彼岸)의 세계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김유숙(看KAN 미술문화기획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