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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전시안내

전이

테크놀로지 시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다시 기계적 이미지로 담아내고 있는 작가 이은정은 컴퓨터, 디지털비디오와 디지털음향 등의 새로운 미디어와 이를 둘러싼 공간 연출 등을 통해서, 테크놀로지 환경, 집단과 개인 등 현대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다. 테크놀로지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이은정은 테크놀로지를 통한 의사소통과 현대사회의 인간 정체성의 혼란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집단속에서 느끼게 되는 개인의 소외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강자와 약자와의 관계, 정체성의 상실, 전통성의 부재에 이르기까지 현대사회의 가치관과 폐부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Metastasis(전이)”이며 인간과 디지털 기계문명의 혼돈과 그로 인한 방황 등을 주제로 담고 있다. <전이 Ⅰ>과, <전이 Ⅱ>의 두개의 타이틀로 구성되는 이번 전시는 두개의 전시실에서 각각의 주제를 형상한 설치공간과 비디오 작품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먼저 <전이 Ⅰ>이라는 타이틀로 구성된 첫 번째 전시실에서는 전기문명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의 이미지를 연상시키기 위해서 천장과 바닦에 나란히 형광등이 줄지어 설치되고, 이 공간의 한 가운데는 입방체의 비디오 설치구조물이 놓여진다. 거울반영을 이용해서 무한대를 연상시키는 입방체의 구조물 가운데 모니터가 있고, 모니터 속에는 필름이 반복 영사되고 있다. 영상의 내용은 전류가 통하는 무한대를 연상시키는 가상현실에서, 생명체를 닮은 바이러스의 모습을 인간과 흡사하게 조형화시켜 케이블이나 전선 등으로 엮여진 반복과 전이, 전도로 구성된 세계를 드라마틱하게 구성하고 있다. 인간과 기계, 논리와 감성세계에 대한 혼돈과 근심을 주제로 삼고 있다. 두 번째 전시 공간 역시 인간과 기계, 논리와 감성세계에 대한 혼돈과 근심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 공간은 현대 도시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류 공간을 의식해서, 네온, 케이블, 터널, 전등불빛 등을 응용하고 있다. 천장으로부터 100여개의 액자가 매달려있고, 빔프로젝트를 이용하여 각각의 프레임 속에는 증명사진을 연상케 하는 익명의 인물들이 지나가고, 이들은 실루엣만이 존재한다. 이는 익명성과 전류로 이루어지는 현대 생활의 조형적인 표현이다. 또한 영상에서는 혼돈이라는 주제를 조형적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하여 흡입과 배출의 양면적인 운동성을 지닌 기계들의 움직임을 담고 있다. 작가는 마치 지구의 탄생과 기계문명의 발달, 혼란, 몰락 그리고 반복의 과정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테크놀러지와 자본주의의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현대사회의 다양한 폐부에 대한 고민들을 작품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비극적인 형태로 보여주고 있지만 그의 작품은 비극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다. 즉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인간성의 회복과 인간관계의 신뢰에 대한 기대를 작품의 한 자락에서는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