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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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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전 - 금호영아티스트

작가 이지은은 기억속에 존재하는 풍경과 정물들을 그의 조각 작품으로 옮겨오면서 존재와 이에 대한 기록들을 이야기한다. 이지은의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릴 기억속의 이미지들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버리기' 와 ‘쌓기'라는 작품 제작과정에서의 일련의 행위들이다. 작가는 도자기와 같은 생활도구, 공예품에 이르는 우리 옛 물건이나 화분, 물병, 가방과 같은 일상용품 등 정물이미지들을 비닐과 다양한 색상의 스폰지 등의 매제에 담고 있다. 이지은은 이러한 기억속의 존재에 대한 이미지들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넣는 것이 아니라 파내고 버리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비닐판에 이미지를 그려 넣고, 이를 오려내고 오려낸 비닐들을 수 백 장에서 수 천장 가까이 쌓아올렸을 때, 우리는 쌓인 비닐판들의 측면에서 비닐판 속의 빈 공간들이 합쳐져서 만들어내는 하나의 정물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수백 혹은 수 천 장의 비닐은 각 장마다 각기 다른 모양을 그려 도려내지지만, 결국은 이들의 빈 공간이 결합하여 존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우리의 눈에는 쌓인 비닐판들이 만들어내는 정물의 실루엣을 볼 수 있지만 실제로 비닐판 안은 그 이미지들을 버린 부재의 순간인 것이다. 즉 작가는 부재(빈공간)를 통해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공간연출을 시도한다. 작가는 주로 화분이나, 물병과 같은 정물 이미지들을 담고 있으며 정물 이미지의 연장선에서 풍경들을 담기도 한다. 풍경의 경우 허공에 뜬 구름과 같은 소의 이미지나 물 속의 물고기와 같이 부유하고 있는 동물들의 풍경이다. 이들 풍경도 정물과 마찬가지로 비닐판 속의 빈 공간들이 결합된, 즉 부재의 순간들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이다. 마치 동화속의 풍경처럼 평화롭게 부유하는 동물들의 이미지들은 작가의 기억속의 한 순간들이고, 비닐은 물이나 하늘의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재료로서 더욱 적합하다. 작가는 기록한다는 것은 존재했었음을 나타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그의 작품에서 기록이라는 행위는 일상적인 삶의 모습으로 조형화시키며, 스스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서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게 되며, 중첩된 형태는 결국은 새로운 이미지를 갖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특별하지 않은 주변의 풍경이나 물상들의 이미지에 대한 기록들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의 기억과 더 크게는 삶에 대한 소통들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