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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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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경의 작품은 얼핏 보면 도시의 잘 꾸며진 건물들을 원근감 있게 묘사한 것처럼 보인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건물들, 특히 어두워졌을 때 중앙입구를 중심으로 한 건물과 이를 둘러싼 어두운 거리의 풍경, 그리고 우리를 자극하며 뿜어내는 건물의 불빛들이 최준경 작품의 주요 소재이다. 그러나 이 풍경의 반쪽은 작가의 편집으로 이루진 허구의 풍경이다. 화면 속 풍경의 반은 현실에서 존재하는 공간이고, 나머지 반은 선택된 반을 그대로 대칭시켜 그린, 조작된 풍경인 것이다. 작가는 우선 도시의 건물과 건물을 둘러싼 거리들을 사진으로 촬영한다. 그림을 그리기 전 카메라로 현실을 기록하고 그것을 컴퓨터 작업으로 가장 그럴듯한 형태를 갖춘 지점에서 대칭을 시킨다. 변형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기 힘들 정도로 가장 자연스러운 지점에서 작가는 시선을 자른다. 그리고 풍경의 반을 선택하고, 나머지 반은 선택된 풍경을 그대로 대칭시킨 것이다. 편집된 풍경을 작가는 다시 손으로 기록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반투명한 실크 위에 올려지며, 물감의 두께와 배열, 양에 따라 각각 다른 빛을 투과시킨다. 현실과 허구, 그리고 작품을 투과하고 있는 현실의 빛과 그림 속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그의 작품에서는 모두 하나가 된다. 최준경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대칭이라는 한 차례의 반복은 이렇게 화면에서 현실과 허구의 조합을 만들어낸다. 최준경의 작품은 이렇게 반쪽과 또 다른 반쪽이 만나 대칭을 이루는 그림들이다. 어느 한쪽은 반드시 진실이고, 다른 한쪽은 반드시 거짓이다. 그러나 그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참과 거짓의 자연스러운 조합으로 연결된 세상은 오히려 더 완벽해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작가는 허구와 진실이 교묘히 만나는 이 시대의 모순과 인간들의 부정적인 조작의 존재를 암시한다. 이러한 그림들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의 시각에 대한 인간의 한계나, 그것에 반응하는 과정, 일련의 체계에 있어 작가가 품어온 회의에서 시작되었다. 시각에 대한 믿음과 의존성에 대한 회의가 작가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되었고, 특히 현실에 있어서 인위적인 조작과 거짓, 가식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갖게 되었다. 따라서 작가는 진실된 세상을 다 보지 못할 바에는 오히려 시선을 더 제한시켜, 실제 장소와 현실 사이에 괴리감을 만들었다. 여기서 작가는 그의 화면속의 풍경을 인위적으로 제약하면서, 시각의 확장인 아닌 오히려 시각의 제한된 한계를 역행하며 인간 활동의 제약에 대한 의미를 찾았다. “결국 두 개의 세계를 담아내되 그것은 결코 둘이 아니며, 하나의 세계를 담아내되 결코 하나의 세계도 아니다. 두 개의 세계이나 결국 하나인 것. 하나의 세계이나 결국 두 개인 것. 이것은 결국 시각의 기준의 해체이자, 해체되어야만 하는 세계를 담담히 관조하는 조용한 비판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