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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전시안내

최상현 개인전

최상현은 대학 재학시절부터 내면의 분출을 드러내는 강열한 추상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당시의 작업은 붉고 검은 색채로 기호적 형상을 그려낸 추상작품들로, 뛰어난 색채감과 감수성을 드러내고 있다. 검정 위주의 색채로 규칙적인 붓놀림과 간헐적인 흘리기 등의 표현이 새롭게 진행되면서 점차 자신 내면의 이야기, 종교적인 의미를 드러내기 시작하여 작품제목도 성서적 의미의 ‘광야'라고 하는 등 조형적 시도와 내적 의미를 결합해 나간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의 혹독한 수련과정을 자신의 작업과정, 즉 독자적인 재료나 기법을 구축해나가는 과정에 빗대어 상징한 것이다 이번 금호미술관 전시에서 작가 최상현이 선보이는 작품들은 지난 4년 여 전부터 지속해 온 것으로 광야시리즈의 발전된 형태라 볼 수있다. 드로잉 작업에서의 몸동작이 느껴지는 필선이나 뿌리기나 은빛 펄이 포함된 단일색조의 격자무늬 화면으로 바뀌었다. 그의 격자는 화면 내에서 조형적 자율성을 시도하는데, 단일한 색조로 구성되어 있어서 화면내에서의 변화란 캔버스 위에 아크릴 물감을 두텁고 균일하게 바른 뒤 이것이 마르기 전에 날카로운 선으로 직선무늬를 그러나가는 과정을 통해서만 드러난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 작업을 보면 동일한 직선을 그어서 파인 홈들이 이들 직선의 방향과 물감의 두께에 따라 빛을 달리 반사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즉 물질에 가해지는 긴장감 있는 선의 반복을 통해 단일한 색채화면이 환성되고 여기에 ‘빛'이 투사되면, 물성(物性)과 노동으로 일구어낸 캔버스가 점차 ‘빛'의 변주를 시작하는 것이다. 바로 이 ‘빛'을 강조하기 위해서 작가는 지금까지 표현해 온 다양한 조형요소들을 감추고 단순한 격자의 반복과 모노크롬의 색채로 일관하는 것은 아닐까. 결국 그가 추구하는 조형적 요소는 근원적인 어떤 빛을 찾아가는 의도와 맞닿아있는 것 같다. 이번 전시에서 유리눈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최상현의 화면 속 격자들이 빛을 발하며 조금씩 다른 색체와 감성을 드러내는 것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한 손에 잡히지 않는 '빛‘을 통한 잔잔한 여운을 통해 그의 미니멀한 추상작업들이 회화의 물성(物性)을 넘어서서 어떻게 내밀한 영혼의 속삭임을 전해 줄는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