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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전시안내

풍경의 찌꺼기

이문주의 작품에서는 도시 곳곳에서 관찰된 재건축 예정지, 부서진 공가와 살림살이, 빈 건축물과 공터, 건설 폐기물과 도시의 쓰레기들이 주요 소재가 되었다. 이러한 작품은 작가가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던 1997년 가을 금천구 시흥동 재개발 구역을 광경을 목격한 이후에 시작되었다. 이문주는 사라져버릴 마을의 변화하는 모습을 어떠한 개인적 형식으로든 보존해야겠다는 단순한 의지에서부터 그곳을 그림의 소재로 삼았다. 아파트 단지 공사가 본격적으로 착수되기 전까지 약 2년 그곳을 시시때때로 방문하면서 사진을 찍고 사생을 하였다. 작가가 기록한 풍경들은 멀리서 본 교회당과 부서진 가옥들, 쓰레기로 변해버린 가재도구들, 갈아엎은 땅 위를 덮고 있는 도처의 푸른 방수천과 그 위를 뚫고 자라나는 식물 등이었다. 2000년 가을,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으로 간 작가는 하우징 프로젝트로 불리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영주택단지 옆에 방을 얻게 되었다. 작가는 철거를 기다리고 있는 낡은 벽돌 건물은 비상계단이 떨어져 나간자리, 사람들의 낙서, 그리고 그 낙서를 지우는 붉은 폐인트 등 사람들이 가한 행위와 세월의 흔적들을 점차 사회적인 맥락에서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옮겨 다니며, 도시의 경계를 넘을 때마다 도시가 가지고 있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놀랄만큼 뚜렷하고 경직된 경계선들에 대해서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경계선을 만들어내는 빈부와 사회계층 등의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들은 서로 극단적으로 다른 건축 풍경들로 도시공간을 채우고 도시의 성격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이번 전시의 작품은 작가가 지난 4년 동안 미국의 여러 도시로 옮겨 다니는 과정에서 목격한 도시의 파괴와 부패 그리고 재건축의 반복이 주요 소재이다. 작가는 미국의 도시들에서 보았던 건설폐기물, 도시의 쓰레기, 철거를 기다리는 낡은 건물 등 도시의 이면의 극단적인 상황을 담았다. 작게는 하나의 건물로부터 넓게는 市의 지형 전체에 이르기까지 도시 건축이 이루는 풍경은 권력과 사회 경제적 역학관계를 담고 있는 기호들로 차있으며, 작가는 그러한 도시풍경의 세부를 관찰하면서 장소에 담긴 이야기들을 추적해나간다. 이문주의 회화작품은 보스턴, 디트로이트, 브룩클린에서 관찰하고 기록한 여러 특정 장소들의 이미지들을 합성한 상상적 풍경화로서 나타나며, 이는 다큐멘터리와 픽션 사이를 오가면서 도시가 파괴되고, 재건되고 팽창하고 다시 타락하는 지속적인 순환과정으로 압축하여 보여준다. 작가는 도시에서 관찰되는 건축공간의 세부들이 그 지역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함축하고 있는지에 주목한다. 작가는 이러한 도시풍경을 먼저 사진으로 촬영하고, 이 사진을 확대한 다음 캔버스위에 올려놓고 풍경들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재구성된 사진 꼴라쥬 위에 아크릴릭으로 이미지들을 다시 그린다. 때로는 사진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재구성해서 넣기도 하고, 사진 꼴라쥬 없이 캔버스에다 아크릴릭으로 이미지를 그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