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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전시안내

유승우 개인전

자연의 가르침과 그 속에서의 생활을 통해서 습득된 야성으로 붓을 쥐는 작가 유승우의 개인전이 2월 24일부터 3월 6일까지 열린다. ‘붓-너울'이라는 타이틀의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년 만에 갖는 개인전이다. 타이틀처럼 그의 작품들은 붓이 바람에 나부끼듯이 그려낸 이미지들 즉 붓이 가는대로 이루어낸 자유로운 형상들로 이루어져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그의 지난 삶, 그리고 현재의 작가의 생활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유승우는 그림활동을 시작한지 13년만인 1984년 첫 개인전을 가진 이래, 오랜 방황을 계속하다가 끝내는 작품 활동을 멈추었다. 그리고 1987년 중앙대 교수직을 사직하고 서울을 떠났다.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아내를 서울에 남겨두고 그는 이곳저곳을 떠도는 낭인생활을 했다. 때로는 지리산 자락에 들어가 목부 노릇을 하며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전남 장흥의 한 폐교에 자리를 잡고 살면서, 접었던 그림을 다시 마주했다. 지난 몇 년간의 세상과 본인에 대한 물음, 그리고 세상에 대한 원망이 결국은 그림을 통해서 소멸되기 시작했다. 폐교에 화실을 차리고 작업을 시작하면서 그는 다시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한동안은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리는 행위가 이루어지면서 그의 그림은 다소 고통으로 얼룩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림을 다시 그리면서 20년 가까이 등을 돌렸던 세상이 점차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은 사람들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20년 만에 다시 개인전을 갖기로 한 그는 결국 그림을 통해서 세상과 조우한 것이다.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는 단순하면서도 붓이 바람에 나부끼듯이 그려낸 형상들이다. 어떤 구체적인 형태는 거의 드러나지 않고, 단지 리듬에 따른 선이 화면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거나 연속적인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때로는 모퉁이에서 고요하게 때로는 화면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면서 화폭을 압도한다. 이들은 경직된 기운은 전혀 없으며, 작가의 어떠한 절제된 기운 속에서 그만의 리듬을 가진 붓선들이다. 적막이 흐를 듯한 이 고요한 화폭은 그의 붓선으로 리듬을 갖고 생명을 가지며 흥에 취해 노래하거나 춤을 추는 듯하다. 마치 동양화의 갈필과 유사한 현태로 나타나는 그의 붓선은 거친듯하면서고 가볍고 부드럽다.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흐르는 듯한 이러한 유승우의 작품은 작가가 시골의 폐교에서 홀로 작업하며, 자연과 무심의 경지를 터득해가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대숲을 지나가는 바람소리, 그리고 덧없는 욕망을 녹이고 때로는 유일한 벗이 되는 차와 함께 그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도시 생활의 복잡한 일상과 인간관계로 인한 번뇌를 모두 접고, 조용한 시골의 자신만의 공간에서, 그는 자연과 함께 살면서 자연의 야성을 충실히 배웠다. 이러한 자연의 야성으로 붓을 잡기에 그의 화폭에 담긴 선들은 가볍고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거칠고 강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의 그림이 서구의 추상회화와의 기운보다는 동양의 서화정신 세계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복도에 그림들이 걸려있는 마치 작은 미술관과 같은 장흥의 폐교 교실을 작업실로 쓰며,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1984년 개인전 이후 20년 만에 금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는 그는 요즘이 그의 57년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한다.